[관용 표현의 이해]

특정 분야에서 주로 쓰이는 관용 표현

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단어 중에 특정 분야에서 주로 사용하는 전문 용어가 있는 것처럼 관용 표현 중에도 특정 분야에서 주로 쓰는 것들이 있다. 전문 용어는 일반인에게 생경한 경우가 많지만 전문 영역에서 쓰이는 관용 표현은 우리가 일생 생활에서 흔히 쓰는 단어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쉽게 그 뜻을 익힐 수 있다.

(1) ㄱ. 김 기자, 일단 고무풍선을 띄우고 반응을 살펴보도록 하지.
      ㄴ. 우리는 각자 소원을 빌면서 하늘에 색색의 고무풍선을 띄웠다.
(2) ㄱ.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하기 힘드니까 일단 애드벌룬을 띄워 봅시다.
      ㄴ. 홍보팀에서 신제품 광고를 위해 애드벌룬을 띄우기로 했다.
(3) ㄱ. 박 실장이 요새 전파를 타더니 옷차림이 많이 세련되어졌어요.
      ㄴ. 충격적인 소식이 전파를 타고 전국에 전해졌다.
  (1~3ㄱ)은 모두 언론과 관련된 관용 표현이다. (1~2ㄱ)의 ‘고무풍선을 띄우다’와 ‘애드벌룬을 띄우다’는 중요한 사항의 일부를 발표하여 여론의 향방을 살핀다는 뜻이다. 요즘 같이 민심의 흐름을 미리 예측하기 힘든 경우에 효과적인 전략이다. ‘전파를 타다’는 (3ㄱ)과 같이 사람을 주어로 하여 라디오, 텔레비전 등의 방송 매체를 통해서 이름이 알려진다는 의미로 쓰인다.
(4) ㄱ. 철수는 부상을 당해서 하루아침에 벤치를 지키는 신세가 되었다.
      ㄴ. 약속 장소에서 반나절이나 벤치를 지키고 앉아 있었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5) ㄱ. 선수가 눈을 맞아 앞을 보기 힘든 상황이 되자 김 코치는 타월을 던졌다.
      ㄴ. 영민이는 빗물을 닦고는 타월을 던져 세탁기에 넣었다.
  (4~5ㄱ)의 ‘벤치를 지키다’와 ‘타월을 던지다’는 운동 경기와 관련한 관용 표현이다. (4ㄱ)의 ‘벤치를 지키다’는 부상이나 실력 부족 등의 이유로 운동 경기에 정식으로 참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5ㄱ)의 ‘타월을 던지다’는 권투 경기에서만 사용하는 표현으로 경기를 계속하기 힘든 선수의 매니저가 티케이오(TKO)를 신청한다는 의미이다. 티케이오(TKO)는 프로 권투에서 한쪽 선수가 경기 속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에 주심이 시합을 중단하고 승패를 결정짓는 일이다. ‘타월’을 ‘수건’으로 바꾸어도 같은 뜻이다.

  언론이나 운동 경기 외에도 경제, 영화, 종교 등 여러 분야에서 관용 표현이 흔히 사용된다. 다음 (6~8ㄱ)이 그 예이다. ‘바닥을 치다’는 주가가 매우 많이 내려서 제일 낮은 수준에 이른다는 의미이고 ‘메가폰을 잡다’는 영화의 감독을 맡는다는 뜻이다. ‘머리를 깎다’는 불교에서 세속을 버리고 수행 생활에 들어가는 ‘출가’를 나타낸다.
(6) ㄱ. 며칠 내로 주가가 바닥을 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ㄴ. 파리채로 바닥을 쳤지만 파리를 놓치고 말았다.
(7) ㄱ. 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치고 흥행에 실패한 영화가 없어요.
      ㄴ. 선거철이 되면 메가폰을 잡고 선거 운동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8) ㄱ. 머리를 깎고 나면 가족도 친구들도 보기 힘들 겁니다.
      ㄴ. 첫 출근하기 전에 머리를 깔끔하게 깎도록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