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법의 이해]

방언들의 모음 차이

김선철(金銑哲) / 국립국어연구원

  우리 속담에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말이 있다. 정확한 표현으로 고친다면 ‘아 해라고 말하는 것과 어 해라고 말하는 것은 서로 다르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과 똑같은 속담으로 ‘에 해 다르고 애 해 다르다’가 있다. 그런데 후자가 상대적으로 덜 쓰이는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이유가 뭘까? 소리 측면에서 이유를 찾자면 예를 들어 서울 경기 지방의 젊은 세대는 이제 ‘에’와 ‘애’를 구별하지 못하고서 어중간한 소리 하나로 사용하므로 이 속담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러나 아직 이 구분을 유지하고 있는 방언에서는 이 속담이 제 뜻을 잘 전달할 것이다. 이렇게 서울말과 다른 방언은 소리 면에서 여러 가지 차이를 보인다. 그런 차이가 어떤 것인지를 대충이라도 아는 것이 서울말을 이해하고 배우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번 호에서는 방언들의 모음 차이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방언은 크게 여섯으로 나뉜다. 경상 남북도를 포함하는 동남 방언, 전라 남북도를 포함하는 서남 방언, 함경 남북도를 포함하는 동북 방언, 평안 남북도를 포함하는 서북 방언, 제주도의 제주 방언, 경기도와 충청 남북도, 황해도, 강원도를 포함하는 중부 방언이 그것이다.
  서울말의 단모음은 연령층에 따라서 다른데, 노년층은 대개 8모음 체계(이, 에, 애, 으, 어, 아, 오, 우)이고 일부 고령층에서 ‘외’, ‘위’를 단모음으로 발음하는 10모음 체계를 사용하기도 한다. 장년층 이하는 7모음 체계(이, 에/애, 으, 어, 아, 오, 우)이다(‘에/애’는 이 두 가지 소리가 구분되지 않음을 뜻한다). 이중모음 체계가 다양한데 다른 방언에 비해서 ‘의’를 잘 간직하고 있다. 노년층 이상에서 장단 구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와 ‘여’, ‘워’가 장음일 때는 입이 덜 열리는 소리가 되는 특징이 있다.
  동남 방언의 단모음은 6모음 체계(이, 에/애, 으/어, 아, 오, 우)로서, 장년층 이하의 서울말처럼 ‘에’와 ‘애’가 구분되지 않으면서 더 나아가 ‘으’와 ‘어’도 구분되지 않는다. 이중모음 ‘와, 워’ 등이 뚜렷이 발음되지 않고, ‘왜, 웨’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단어의 각 음절이 어떤 규칙에 맞게 각자의 높이로 발음되는 성조 언어이기도 하다.
  서남 방언의 단모음은 9모음 체계(ㅣ, ㅔ/ㅐ, ㅡ, ㅓ, ㅏ, ㅗ, ㅜ, ㅚ, ㅟ)로서, 장년층 이하의 서울말처럼 ‘에’와 ‘애’가 구분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외’와 ‘위’를 세대 차이없이 잘 구분한다.
  동북 방언의 단모음은 8모음 체계(ㅣ, ㅔ, ㅐ, ㅡ, ㅓ, ㅏ, ㅗ, ㅜ)로서 노년층 서울말의 모음 체계와 같다. 그러나 서울말에는 없는 성조가 있다.
  서북 방언의 단모음은 동북 방언과 같은 8모음 체계이다. 동북 방언과 인접해 있지만 성조가 없다.
  제주 방언의 단모음은 노년층의 서울말에서 쓰는 8모음 체계에 ‘’가 추가된 9모음 체계(이, 에, 애, 으, 어, 아, 오, 우, )이다. 이중모음 체계도 서울말과 비슷하지만 /j/와 ‘’가 결합한 이중모음이 존재한다.
  서울말은 중부 방언의 일부인데, 서울 이외의 지방에서는 강원도 영동 방언을 중심으로 /j/와 ‘으’가 결합하는 이중모음이 나타나기도 하고, 서남 방언처럼 ‘외’, ‘위’가 단모음으로 실현되기도 하는 등 중부 방언 내에서도 편차가 존재한다.
  이처럼 넓지 않은 국토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나름대로 여러 가지 특색이 있는 방언들이 아기자기하게 자리 잡고 있다. 지방 분권화 시대를 맞이하여 지역 방언들이 새로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인데, 인터넷 등 잘 발달된 현대 문명을 이용하여 자기가 쓰지 않는 다른 여러 방언을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일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