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 이해]

같은 사물, 다른 이름

이운영(李云暎) / 국립국어연구원

  책이나 신문 등을 보다가 가끔 이름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경우가 있다. 설명된 내용을 보면 분명 동일한 사물을 가리키는 것 같은데 책이나 신문마다 이름이 달라서 이 둘이 정말 동일한 것인지 아닌지를 알기가 어려운 경우이다. 이러한 혼란은 그리스나 로마 신화를 처음 접할 때에도 많이 겪는다. ‘디오니소스’와 ‘바쿠스’는 과연 어떤 관계에 있는지, ‘비너스’와 ‘아프로디테’가 모두 미의 여신이라는데 그렇다면 미의 여신이 둘이라는 말인지 등의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여행을 다녀온 곳이 이탈리아의 ‘시실리’인지 ‘시칠리아’인지도 확실치가 않고, 역사책에서 본 ‘루이 일세’와 ‘루트비히 일세’는 같은 사람인지 다른 사람인지 종종 헷갈린다. 초등학교 때 ‘이율곡’과 ‘이이’가 전혀 다른 사람인 줄 알았던 사람들도 꽤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전에서는 이러한 단어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
  사전에는 이렇게 동일한 사물을 가리키는 다른 이름을 일단 모두 표제어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찾아보는 사람에 따라 이름을 달리 알고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전을 찾는 사람들이 두 표제어가 전혀 관계없는 별개의 이름이라고 인식하지 않도록 두 표제어 사이의 관계를 어떠한 방식으로든 보여 주게 되는데, 이 방식은 두 이름 사이의 관계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동일한 인명이나 지명이 언어에 따라 발음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표기까지 달라진 경우이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시실리’와 ‘시칠리아’가 그러한 경우이다.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에서 쓰이는 이름이다. 따라서 사전을 찾아보면 ‘시칠리아’에서 구체적인 뜻풀이를 해 주고 참고 어휘에 ‘시실리’를 보여 주고 있다. 반면 ‘시실리’에는 ‘‘시칠리아’의 영어 이름’이라는 풀이를 달아 줌으로써 두 표제어 사이의 관계를 알려 주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방식을 통하여 ‘시칠리아’가 더 기본이 되는 이름이라는 것도 알게 해 준다. ‘루이 일세’와 ‘루트비히 일세’도 마찬가지이다. ‘루이 일세’는 ‘루트비히 일세의 영어 이름’이라고 풀이가 되어 있고 자세한 뜻풀이는 ‘루트비히 일세’에 나와 있다.
  위에서 살펴본 ‘디오니소스’와 ‘바쿠스’는 이와는 좀 경우가 다르다. 비록 동일한 신을 가리키는 것이기는 하지만 근본이 되는 신화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 둘은 각기 뜻풀이를 해 주되 서로 관련이 있음을 부연 설명으로 덧붙인다. ꡔ표준국어대사전ꡕ에서 제시한 이 두 표제어의 뜻풀이는 다음과 같다.

디오니소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로 자연의 생성력 및 포도, 포도주를 다스린다고 한다. 로마 신화의 바쿠스에 해당한다.
바쿠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그리스 신화의 디오니소스에 해당한다.
  그리스와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름들은 위의 풀이에 나온 대로 맨 끝에 다른 이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둘 사이의 관계를 보여 주고 있다.
  ‘이율곡’과 ‘이이’는 두 표제어가 이름과 호의 관계에 있는 경우이다. ꡔ표준국어대사전ꡕ에서는 이러할 때 정식 이름인 ‘이이’에서 뜻풀이를 해 주고, ‘이율곡’에는 ‘‘이이’의 성과 호를 함께 이르는 말’이라는 풀이를 달아 주었다. 물론 ‘이이’의 뜻풀이에는 호가 ‘율곡’이라는 정보도 들어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어떠한 이름으로 알고 있든 사전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고, 두 표제어 사이의 관계까지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