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애달픈 사연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연구원

  우리가 자주 쓰는 다음과 같은 말은 과연 어떻게 적어야 할까?

(1) {애달픈/애닲은} 사연
  만약 ‘애달픈’이 옳다면 그 기본형은 ‘애달프다’가 될 것이고, ‘애닲은’이 옳다면 그 기본형은 ‘애닲다’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또 다른 형태가 다음과 같이 발견된다.
(2) 어버이 살아신 제 섬길 일란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닯다 어찌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송강 정철)
  위 예들을 종합하면 ‘애달프다, 애닲다, 애닯다’의 세 가지 형태가 나오게 된다. 과연 이 말들은 모두 사용해도 되는 것일까? ‘애닲다’는 ‘애달프다’에서 유추된 것으로 보이는데 ‘애닲고, 애닲지, 애닲아서’ 등으로는 쓰이지 않으므로 ‘애달프다’의 잘못으로 보인다. (2)의 시조에 쓰인 ‘애닯다’는 옛말의 잔재일 뿐이고, 이 역시 ‘애닯고, 애닯지, 애닯아서, 애닯은(애달운)’ 등으로 현대국어에서 쓰이는 일이 없으므로 고어로 처리된다. 그래서 현대국어의 표준어 규정에서는 ‘애달프다’ 하나만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애닲다, 애닯다’ 등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1~2)를 올바로 쓰려면 ‘애달픈 사연, 애달프다 어찌하리’ 등과 같이 써야 한다.
  그런데 이 ‘애달프다’에는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다음 예를 살펴보자.
(3) 궁노루 산울림 달빛 타고 달빛 타고 흐르는 밤
      홀로 선 적막감에 울어 지친 울어 지친 비목이여
      그 옛날 천진스런(→천진스러운) 추억은 애달퍼
      서러움 알알이 돌이 되어 쌓였네.(한명희 작사 가곡 ‘비목’ 2절)
(4) 바람이 소리 없이 소리 없이 흐르는데 / 외로운 여인인가 짝 잃은 여인인가 / 가버린 꿈속에 상처만 애달퍼라 /아~ 못잊어 아쉬운 / 눈물의 그날 밤 상아 혼자 울고 있나(상아의 노래, 채풍 작사, 김희갑 작곡, 송창식 노래)
(5) 수재로 재산 피해를 당해 애달퍼하는 농민들의 모습이 안쓰럽다.(모 방송 원고)
  위 (3~5)의 ‘애달퍼’, ‘애달퍼라’, ‘애달퍼하는’은 ‘애달파’, ‘애달파라’, 애달파하는‘으로 써야 옳다. 왜냐하면 ‘애달프다’와 같이 3음절 이상의 용언 가운데 어간의 마지막 음절이 모음 ‘ㅡ’로 끝나는 것은 어미가 결합할 때 바로 그 앞 음절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즉 그 앞 음절의 모음이 ‘ㅏ, ㅑ, ㅗ’라면 어미 ‘-아’가 연결되고, 그 이외의 모음이라면 ‘-어’가 연결된다. ‘애달프다’는 ‘프’ 앞 음절의 모음이 ‘ㅏ’이므로 어미 ‘-아’가 결합되어 ‘애달파’가 된다. 이는 ‘고프다, 아프다’에 ‘-아’가 결합되여 ‘고파, 아파’가 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었/았-’이나 ‘-(어/아)서, -(어/아)도’가 결합될 때에도 ‘애달팠다, 애달파서, 애달파도’와 같이 활용을 하게 된다.
  -프다’로 끝나는 다른 용언도 앞 음절의 모음에 따라 ‘-아’와 ‘-어’가 결정된다.
(6) ㄱ. 가냘프다, 고달프다, 애달프다, 고프다, 아프다    → + ‘-아’(가냘파, 고달파, 고파, 아파)
      ㄴ. 서글프다, 슬프다, 어설프다, 헤프다  → + ‘-어’(서글퍼, 슬퍼, 어설퍼, 헤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