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해발서체'

전수태(田秀泰) / 국립국어연구원

  꽃의 계절이 가고 잎의 계절이 오고 있다. 그런데 평북 용천에서 열차 충돌로 폭발물이 터져 많은 사상자가 났다는 우울한 소식이 들린다. 빨리 수습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호에도 지난 호에 이어 북한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들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수령결사옹위정신’은 ‘전군이 혁명의 수뇌부인 수령을 결사옹위하자는 정신’이다. “계획수행기간 이들 앞에는 애로와 난관이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그러나 이 광산의 로동계급은 라남로동계급이 발휘한 투철한 수령결사옹위정신, 결사관철의 정신으로 모든 애로와 난관을 맞받아 나갔다. 지배인, 책임비서, 기사장이 삼위일체가 되여 생산전반을 틀어쥐고 혁신적으로 밀고 나갔다.”(<노동신문> 2002년 3월 1일 3쪽)와 같이 쓰이는 말이다. ‘라남’은 함북 청진에 있는 탄광 기계 기업소 이름인데 김정일 위원장이 2001년 8월 러시아를 공식 방문한 후 귀로에 여기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이곳 노동자들이 혁명적 군인 정신을 발휘했다는 것에서 자주 인용된다.  
  ‘임진조국전쟁’은 ‘임진왜란’을 말한다. “조선인민은 외적의 침입을 물리치는 싸움들에서 언제나 용맹하였다. 수나라 태종이 직접 이끈 수십만대군을 솜씨있는 청야수성전술과 역습으로 물리친 645년 전쟁, 세차례나 쳐들어오는 거란군을 그때마다 강경하면서도 능란한 군사외교전과 재치있는 매복전으로 물리친 993년, 1010년, 1018년 전쟁, 아세아대륙을 거의 다 차지하고 동구라파까지 진출한 몽골군의 6차례나 되는 침략을 영웅적인 항쟁으로 물리친 1231~1254년 전쟁, 15만 8천여 명의 륙군과 수만 명의 수군으로 불의에 쳐들어온 왜적을 바다와 뭍에서 물리친 1592년부터 7년간의 임진조국전쟁 등은 조국을 영예롭게 지켜싸운 이 나라 인민의 슬기로운 반침략투쟁사를 빛나게 장식하고 있다.”(<조선개관> 1988, 44쪽). 
  ‘충성의 편지 전달이어달리기’는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 찬양을 위한 대표적인 충성 행사의 하나다. 각지의 군중집회에서 채택된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충성의 편지’를 여러 지역을 계주 형식으로 경유해 많은 주민이 참여케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충성심 고취와 이의 확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조선로동당 창건 554돐을 경축해서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께 조선인민군 장병들이 드리는 충성의 편지 전달이어달리기 출발모임이 조선인민군 김창혁 소속부대에서 진행되였다. 모임에서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동지께 드리는 충성의 편지 전달이어달리기 대렬 성원들이 발표되였다. 이어 충성의 편지가 전달되였다.”(<북한위성> 2000년 8월 17일 20:00)와 같은 문맥에서 쓰인다.  
  ‘해발서체’는 ‘김정숙의 서체’를 가리키는 말인데 우리 식으로 쓰면 ‘햇발 서체’가 될 것이다. “토론회에서는 백두산 3대장군의 명필체를 태양서체, 백두산서체, 해발서체로 뜻깊게 명명한 것은 주체서예 발전에 새로운 이정표를 아로새긴 력사적 사변이라는 제목으로 조선미술가동맹중앙위원회 위원장 김성민이 먼저 토론했다, 그는 새 세기 첫 태양절을 인류 공동의 명절로 기념한 격동적인 시기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명필체를 태양서체로, 경애하는 김정일 장군님의 활달하신 필체를 백두산서체로, 항일의 여성영웅 김정숙 동지의 원숙하신 필체를 해발서체로 명명하고 뜻깊은 토론을 가지게 된데 대해서 말했다. 그는 오늘의 이 의의 깊은 경사는 인류 서예사상 있어본적 없는 특기할 사변으로서 걸출한 위인들이신 백두산 3대장군을 높이 모신 우리 나라에서만 있을 수 있는 경이적인 현실이라고 지적했다.”(<평양방송> 2001년 4월 7일 07:00>)처럼 쓰이는 말이다. ‘태양절’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을 이르는데 1997년 7월 8일 김 주석 사망 3주기 때 주체연호 사용과 함께 채택되었다. 이는 1974년 중앙인민위원회 정령으로 정한 바 있는 ‘민족최대의 명절’이라는 명칭에서 한층 더 격상된 된 것이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충성의 편지 전달이어달리기’가 아닌 ‘통일 소식 전달이어달리기’가 실현되는 날은 언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