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현장에서]

‘강 장관’과 ‘강 장관님’

손 범 규[孫 範 奎] / SBS아나운서

  한 여성 방송 진행자의 호칭 사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진행자는 강금실 법무장관과의 인터뷰에서 ‘님’자를 생략해 ‘결례를 범했다’는 것이 일부 시청자들의 지적이다. 실제 방송에서 사용됐던 인터뷰 문장을 살펴보자.

(1) 강금실 법무 장관을 연결하겠습니다.
(2) 강 장관, 안녕하십니까. 강 장관도 예상 못 하셨단 말입니까?
(3) 강 장관님께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4) 강 장관께서 지켜보셨을 텐데요.
  방송을 직업으로 하는 방송인이 방송에서 사용하는 말을 방송 언어라 정의하고, 방송 언어의 조건을 표준어로서 시청자 중심의 경어를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할 때 (1)의 경우는 적절하다. 즉 방송 출연자를 소개할 때는 대통령이나 총리 같은 사회적 신분이 높은 사람이라도 아래 문장처럼 당연히 ‘님’을 생략해야 한다.
(5) 지금 대통령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6) 오늘은 국무총리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문제는 (2)와 (3)의 경우이다.
  진행자와 출연자가 대화할 때 호칭을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인데, 실제 방송에서 진행자는 ‘님’을 생략한 경우도 있었지만(2의 예), (3)처럼 ‘님’을 붙인 경우도 있었다. (2)의 경우를 출연자에 대한 진행자의 결례라고 지적한 시청자들은 진행자보다 나이가 많거나, 장관처럼 사회적 신분이 높은 출연자에게는 직접 대화시에는 ‘님’ 자를 붙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송은 드라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경어로 시작해서 경어로 끝난다. 하지만 방송은 시청자를 최우선으로 존중하기에 지나친 경어를 사용해서는 안 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그래서 국가원수나 나이가 많은 출연자라도 직함만을 붙일 뿐 ‘님’을 붙이지 않는다는 것이 표준 화법의 설명이다. 따라서 직접 대화 시에도 ‘님’ 자를 생략해야 한다는 것이 현직 방송인 대부분의 의견이다. 단지 너무 공식적으로 보이고 딱딱한 분위기여서 부드럽게 상황을 만들고 싶다면 존칭 조사 ‘께서’나 ‘께’를 사용할 수 있다.(4와 7의 예)
(7) 이런 질문은 대통령께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만 …….
  이 문제는 진행자의 태도나 대화 시의 억양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호칭어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취임 이후 대통령에 대한 경칭으로 사용되던 ‘각하’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호칭이 굳이 어색하다면 ‘님’을 붙이도록 했다. 하지만 이 ‘님’마저도 노무현 대통령은 각종 행사나 보고에서 빼도록 했으니 시청자를 가장 존중하는 방송에서 ‘님’ 자를 뺀다고 해서 문제될 것은 없다. 결국 상황과 상대방에 따라 유연성 있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좋은 방송은 출연자와 시청자 모두가 편안한 방송일 테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