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표현의 이해]

남녀가 달리 사용하는 관용 표현

김 한 샘 / 국립국어연구원

  관용 표현 중에는 남자와 여자가 구별하여 쓰는 것이 있다. 같은 일이라 하더라도 어느 쪽의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구별이 가장 뚜렷한 것이 바로 결혼과 관련된 관용 표현이다. 아래 1~5는 모두 남자의 관점에서 결혼을 표현한 관용 표현을 포함하는 예이다.

(1) 김 과장이 올봄에 장가를 간다고 청첩을 돌렸어요.
(2) 박 사장댁 막내 아들도 이제 머리 얹힐 나이가 되지 않았나요?
(3) 서른 되기 전에 면사포 씌우는 게 소원인데 좋은 사람 좀 소개해 주세요.
(4) 철수가 나이는 어리지만 상투를 틀었으니 어른 대접을 해 줘야지.
(5) 아랫동네 이 도령이 내달에 마당을 빌리게 되었답니다.
  ‘장가를 가다, 머리를 얹히다, 면사포를 씌우다, 상투를 틀다, 마당을 빌리다’ 모두 남자가 결혼한다는 의미이다. ‘장가’는 사내가 아내를 맞는 일이므로 당연히 남자가 쓰는 것이고, 여자가 머리를 얹고 면사포를 쓰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남자이므로 사동 표현인 ‘머리를 얹히다, 면사포를 씌우다’를 남자가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5)의 ‘마당을 빌리다’는 신랑이 신부의 집에 가서 초례식을 지낸다는 의미이다. 옛날에는 신부네 집의 마당에 초례청을 차려 놓고 혼례를 치렀으므로 신랑이 장가를 가려면 마당을 꼭 빌려야 했다.
(6) 시집을 가기 전에 어머니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어요.
(7) 어머니는 머리를 얹고 5년이 지난 후에 저를 가지셨다고 합니다.
(8) 머리 올릴 나이가 된 딸이 있는데 결혼에 관심이 없어서 큰일이에요.
(9) 제가 이번 여름에 면사포를 쓰게 되었으니까 많이 축하해 주세요.
  (6~9)는 (1~5)와 반대로 여자만 쓰는 표현이다. ‘시집’이 남편의 집안을 뜻하므로 당연히 시집을 가는 주체는 여자가 된다. (7), (9)의 ‘머리를 얹다, 면사포를 쓰다’는 (2~3)의 ‘머리를 얹히다, 면사포를 씌우다’와 대응 관계를 이룬다. 그런데 결혼을 나타내는 관용 표현이 모두 남녀의 구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10) ㄱ. 철수야, 예쁜 애인 생겼다면서 언제 국수 먹여 줄 거니?
       ㄴ. 내가 좋은 남자 만나서 올해 안에 꼭 국수를 먹일 테니까 기대해.
       ㄷ. 저 둘은 사귄 지 오래되었는데 국수 먹일 생각을 안 하네.
(11) 저희 두 사람이 4월 초에 화촉을 밝히게 되었으니 바쁘시더라도 와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