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법의 이해]

서울말의 억양

김선철(金 鐥 哲) / 국립국어연구원

  사회생활을 한층 더 원활히 하기 위해서 입말 표준어를 익히고자 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즉 표준어의 단어형을 많이 암기하고 있거나 맞춤법을 많이 아는 차원에서 벗어나 실제로 혀, 입술 등의 조음 기관을 이용하는 음성 언어로서의 서울말을 배워서 잘 구사하고자 하는 것이다.
  입말 표준어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것은 억양이다. 물론 개별 단어의 발음도 중요하지만 특정 방언 화자들을 제외하면 대개는 큰 차이를 느끼기 힘들고, 그래서 특별히 단어 발음이 다르지 않으면 억양으로써 서울말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람의 말씨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대개는 억양을 염두에 두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무슨 방언을 사용하는지가 억양에서 드러난다는 것은 억양의 부차적인 기능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억양은 정보 전달의 관점에서 볼 때 음성 언어에서 대단히 중요한 요소이다. 억양이 드러나지 않는 글말에서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음을 보면 단편적으로나마 억양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서울말의 억양은 크게 세 가지 기능이 있다고 한다. 첫째, 문법적 기능이다. 평서문이나 의문문에서 모두 쓰일 수 있는 종결어미인 ‘-어(요), -지(요)’는 억양이 없으면 그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즉 ‘밥은 먹었어’라는 문장의 끝에 오름조 억양이 실리면 의문문이 되고, 내림조 억양이 실리면 평서문이 된다. 이렇게 억양이 어떤 문장을 평서문이냐, 의문문이냐를 결정하는 일을 문법적 기능이라고 한다. 둘째, 화용적 기능이다. ‘같이 가’라는 명령문은 어떤 억양으로 말하느냐에 따라서 그 내용이 명령이 되기도 하고 부탁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에 부탁이나 명령 등의 내용을 나타내주는 기능을 화용적 기능이라고 한다. 셋째, 화자의 감정 및 태도의 전달 기능이다. ‘밥은 먹었어’라는 문장이 내림조 억양으로 발음되어서 평서문이 되었다 하더라도, 이 내림조 억양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냉정한 혹은 부드러운 태도가 나타나게 된다. 문장의 끝에 실리는 억양만이 서울말의 특징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이 여기에 자리 잡게 되므로 서울말을 익히려면 가장 많이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서울말 억양에서 문장의 끝에 실리는 억양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이 억양 하강 현상이다. 경상도 방언은 단어의 음절마다 고유한 높이가 있어서 문장 전체적으로 독특한 선율이 생기게 되는데, 서울말은 그렇지 않다. 서울말은 일반적으로 문장의 처음이 가장 높이 올라갔다가 점차 낮아지는 형상을 그린다. 이외에 문장 중간의 적절한 곳에서 끊으면서 거기에서 적절한 억양을 구사하는 것도 다른 방언과는 다른 서울말 억양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앞에서 글말이 억양을 표현하지 못해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채팅을 할 때 서울말의 구어투 표현을 주로 쓰게 되는데, 이때 억양까지 표시하고 싶은 경우가 있을 것이다. 구어투 표현에서는 ‘영희가 결혼한다네’처럼 평서문도 오름조 억양으로 끝나는 것이 있는데, 이런 표현을 채팅에 사용하면서 한글 맞춤법으로 억양을 제대로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러한 점 때문에 상대방의 표현을 두고 논쟁을 벌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직접 만나서 대화하면 그렇지 않을 것을 글말로 하다 보니 서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따라서 인터넷에 글을 쓸 때에는 올리기 전에 여러 번 읽어보고 남이 오해할 여지가 있지나 않은지 미리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