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마감나르기'

전수태(田 秀 泰) / 국립국어연구원

  서울에는 진달래, 개나리가 피어나고 있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도 지금쯤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을까? 이번 호에도 지난 호에 이어 북한 사전에 올라 있지 않은 말들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ㅌ. ㄷ(‘트드’라고 읽음)’은 ‘타도 제국주의 동맹’의 약칭으로 김일성이 14세 때인 1926년 10월 만주에서 결성했다는 최초의 공산주의 운동의 청년 조직이다. “우리 혁명의 장구한 로정을 빛나게 수놓아 온 혁명적동지애는 오늘 위대한 장군님께서 펼쳐 주신 선군시대에 더욱 활짝 꽃 펴나고 있다. 이 땅 그 어디 가나 《동지애의 노래》가 높이 울려 퍼지고 전군, 전민이 위대한 장군님의 신념의 동지, 《ㅌ. ㄷ》의 열혈투사가 되여 당의 선군혁명령도를 충성으로 받들어나가고 있다.”(<로동신문>, 2002년 7월 4일 2쪽) 등처럼 쓰인다. 이데올로기적 색채가 물씬 풍기는 말이다. 이 말은 남북한을 망라하여 음절의 형태를 갖추지 않으면서 약어로서 단어 역할을 하는 유일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강계정신’은 ‘첫째, 영도자만을 굳게 믿고 받드는 절대 숭배의 정신, 둘째, 영도자의 구상과 의도를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는 결사관철의 정신, 셋째, 자신의 힘을 믿고 자기 단위의 살림살이를 자체로 꾸려나가는 자력갱생·간고분투의 정신’이다. 이 말은 1998년 2월 16일 김정일 위원장의 56회 생일 기념 로동신문 사설 ‘위대한 당의 령도에 따라 최후승리의 강행군을 다그치자’에서 처음 등장했다. “혁명의 각이한 년대마다 높이 발휘되였던 불굴의 투쟁기풍과 일본새는 오늘 우리 로동계급을 새로운 총돌격전에로 부르는 고무적기치이다. 특히《고난의 행군》시기에 발휘된 강계정신은 새 세기에도 우리 로동계급이 틀어쥐고 나가야 할 사상정신적 량식으로 되고 있다.”(<로동신문>, 2002년 1월 5일 1쪽)처럼 쓰이는 말이다. 여기에서《고난의 행군》은 『조선말대사전』(1992)에 따르면 “1938년 12월 상순부터 1939년 3월 말까지 100일간 김일성 주석의 친솔 밑에 조선인민혁명군 주력부대가 겹쌓이는 곤난을 이겨내면서 중국 동북의 몽강현 남패자로부터 압록강연안 국경일대에로 진출한 력사적인 행군”이다.
  ‘마감나르기’는 ‘베어낸 나무를 마지막 수송 수단으로 싣는 일’이다. “참모부에서는 긴장한 연유사정을 고려하여 각 림산사업소들에서 겨울철통나무생산전투에 여러가지 합리적인 운반수단들과 대용연료들을 적극 받아들이도록 하고 있다. 련합기업소일군들은 풍서림산사업소 룡문작업소에서 이동참모회의를 열고 연유를 전혀 쓰지 않고 산지나무베기로부터 사이나르기, 마감나르기를 잘해 나가도록 하기 위한 방식상학을 실속 있게 조직하였다.”(<로동신문>, 2002년 1월 14일 1쪽)과 같은 예문을 들 수 있다. ‘방식상학(方式上學)은『조선말대사전』(1992)에 따르면 ‘한 단위에서 모범을 창조해놓고 그것을 본보기로 하여 일군들에게 정치사업 방법이나, 선진기술의 창안이나 도입 등을 가르치고 그들의 정치실무수준을 높여줌으로써 모든 단위에서 그 모범을 본받도록 하는 상학(학습)’이다.
  ‘삼흥사전’은 ‘북한에서 개발한 정보검색 소프트웨어’이다. “콤퓨터 리용자들은 간단한 입력조작으로 해당한 올림말을 찾아볼수 있으며 성구나 속담까지 즉시 탐색할수 있다. 이밖에도 삼흥사전이 다른 사전과 구별되는 특징은 자체의 폰트를 차고 있으므로 ‘단군’이나 ‘내나라’와 같은 조선글입력 프로그람들의 도움이 없이도 조선글입력을 수행할수 있다. 또한 삼흥사전이 이전의 사전들과 구별되는 특징은 탐색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것이다.”(<북한위성>, 2000년 10월 13일 22:20) 등처럼 쓰이는 말이다.
  “강계도 평안도 땅”, “강계색시면 다 미인인가?”라는 말이 있다. 전자는 강계가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평안도이듯이 겉보기에는 다른 것처럼 보여도 실속은 같은 것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며, 후자는 강계에 미인이 많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강계는 지금 평안북도가 아닌 자강도에 속해 있다. 김소월이 노래했던 영변의 ‘약산 진달래’는 지금 핵무기의 그늘에 싸여 있고, 강계 미인은 ‘강계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 옛날로 돌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