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방언과 국어사 문헌과의 상관성

이 태 형(李 太 永) / 전북대학교

   1957년에 발간된 『일석 이희승 선생 송수 기념 논총』에 실린 유창돈 선생의 ‘평북어 산고’를 읽어보았다. 유창돈 선생은 일찍이 ‘이조어사전’을 펴낸 분으로 우리나라의 국어사 연구에 일생을 바치고 또한 국어사 연구 진흥에 큰 기여를 하신 분이다. 평생 국어사 연구에 몸을 바친 선생께서 쓴 ‘평북어 산고’라는 논문에는 부제로 ‘문헌어와의 관련을 중심으로’가 붙어 있다. 도대체 방언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일까? 읽어 보니 방언과 국어사 문헌과의 상관성을 강조하려고 한 논문이었다.
   이 논문에서 방언의 중요성을 지적한 부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문헌어를 근저로 한 방언의 통시적 구명은 핵방언의 위치를 명확히 규정짓는 데 있어서 극히 중요한 요체가 될 것이다. 그리고 타면으로는 자칫하면 사어로 돌리기 쉬운 문헌어라도 이를 방언 면으로 해명 입증함으로써 생명 있는 활어로 탄생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선생은 이 논문에서 평북 방언에 쓰이는 ‘아근, 날케, 엗디않다, 서나다, 고마이군다, 시데기, 배애, 메사구, 두구, 고다, 솔갑다, 마라’를 다루고 있다. 방언을 다루는 필자도 알기 어려운 어휘들이다. 이 중에서 한두 가지 예를 가지고 이야기하기로 한다.
   메기〔鮎〕를 평북 방언에서는 ‘메사구’라고 하고, 거위〔鵝〕는 ‘게사니’라고 하는데 『훈몽자회』에는 각각 ‘메유기’, ‘거유’로 나타난다. 평북 방언을 통해서 보면 이 말들은 다음과 같은 발달 과정을 겪은 것으로 보고 있다.
메?>메슈기>메기>메유기>메기············ 서울말
메사구································································ 평북 방언
거?>거슈>거>거유>거위·························서울말
게사니·································································평북 방언
   이 발달 과정으로 보면 ‘메사구’와 ‘게사니’는 현재 서울말의 근원이 되는 말로 상정되어 있다. 방언이 서울말의 근원이 되고 있음을 음운 변천 과정을 통하여 분명히 보여 주고 있다.
   ‘서나다’의 예에서는 의미와 관련된 국어사의 변천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평북방언에서 ‘서나다’는 ‘역겨워지다, 악화되다’의 의미가 있는데 다음 문헌에 이 방언이 나타난다. 여기서 ‘선다’는 ‘싫증이 나다, 역겨워지다’의 뜻으로 해석된다.
잡와 두어리 마
선면 아니 올셰라 <고려 가요 ‘가시리’에서>
   지금으로부터 50여 년 전에 국어사를 전공하는 선배 교수의 논문에서 방언을 통하여 국어사의 연구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국어사 연구는 문헌에만 치중되어 있고, 오히려 방언 연구는 침체되고 있다. 왜 국어사 전공 교수가 이러한 논문을 썼을까? 국어학 전공 분야의 상호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유창돈 선생이 논문에서 한 이야기를 인용하고자 한다.
“실로 한 개의 문헌어가 각도 각방에 흩어져서 각이 형태로 전화되어 있는 것을 캐 내고, 구명하고 다시 통합적 체계를 세운다면 우리 어학 고구에 이보다 더 큰 개척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큰 사업은 국가적 사업으로 장구한 시일을 두고서야 성취될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