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뭘 그리 놀라?

정호성(鄭 虎 聲) /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의 종결 어미 가운데 ‘-어/아’는 해라할 자리에 쓰여 어떤 사실을 서술하거나 물음·명령·청유 등을 나타낼 때 쓰인다. 그런데 특정한 몇몇의 어휘에서는 ‘-어/아’ 혹은 과거를 나타내는 선어말어미 ‘-었/았-’이 쓰일 자리에 다음과 같이 ‘-애’ 혹은 ‘-앴-’이 쓰이는 일이 있다.

(1) ㄱ. 지금쯤 영화가 다 끝났을 것 같애.(← 같- + -애)
ㄴ. 키가 커서 지금은 형과 같애졌어.(← 같- + -애 지다)
ㄷ. 그 친구는 서울 출신 같앴어.(← 같- + -앴- + 어)
   구어에서 특히 많이 나타나는 ‘*같애, *같앴어’에 쓰인 ‘-애’, ‘-앴-’은 그러나 국어 문법에서는 인정하지 않는 어미이므로 ‘같아, 같았어’로 적어야 한다.

   그런데 일부 동사에서 ‘같다’와 비슷한 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나무라다, 놀라다, 바라다, 자라다, 모자라다’ 등이 그것인데 이들은 모두 어간 말음이 ‘라’인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이들 어간에 어미 ‘-어/아’, 혹은 ‘-었/았-’이 결합하면 ‘나무라, 나무랐다’, ‘놀라, 놀랐다’가 되어야 하지만, ‘나무래, 나무랬다’, ‘놀래, 놀랬다’로 말하고 적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렇지만 이 ‘나무래, 나무랬다’, ‘놀래, 놀랬다’ 등에 보이는 ‘-애’, ‘-앴-’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므로 ‘나무라, 나무랐다’, ‘놀라, 놀랐다’처럼 말하고 적는 것이 옳다.(*표는 잘못임을 나타냄)
(2) ㄱ. 나무라다
·왜 아이를 심하게 {나무라/*나무래}?
·옆집 아저씨는 툭 하면 아이들을 {나무라신다/*나무래신다}.
ㄴ. 놀라다
·그깟 일에 뭘 그리 {놀라/*놀래}?
·자라 보고 {놀란/*놀랜}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놀랜다}.
ㄷ. 바라다
·네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바래}.
·우리 팀이 이기기를 {바랐다/*바랬다}.
ㄹ. 자라다
·장롱 뒤까지 팔이 안 {자라/*자래}.
·여기서 거기까지 내 팔이 {자라요/*자래요}.
ㅁ. 모자라다
·돈은 아무리 아껴 써도 늘 {모자라/*모자래}.
·인원이 {모자라서/*모자래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그런데 (2ㄴ)의 ‘놀라다’는 여타의 동사들과는 사정이 다르다. 왜냐하면 ‘놀라다’의 사동사로 ‘놀래다’가 있어서 이 둘을 구별해서 써야 하기 때문이다. ‘놀라다’의 사동사 ‘놀래다’는 주로 ‘놀래 주다’와 같은 구성으로 문장에서 쓰인다.
(3) ㄱ. 철수는 깜짝 놀라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 놀라- + -어/아)
ㄴ. 아이쿠, 놀라라, 깜짝 놀랐잖아.                               (← 놀라- + -{어/아}라, -{었/았}잖아)
(4) ㄱ. 나는 철수를 놀래 주려고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 놀래- + -어/아 주다)
ㄴ. 그들이 그에게 총격을 가해온 것은 그를 놀래 주기 위한 것이 아니고 바로 그를 죽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홍성원, 육이오>
   그러므로 ‘놀라다’와 ‘놀래다’는 둘 다 써도 되는 말이지만 엄격히 구별해서 써야 한다. 문장의 주어는 ‘놀랄’ 수는 있지만 ‘놀랠’ 수는 없다. 다만 문장의 주어가 다른 사람을 ‘놀래 줄’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