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노래바다

전수태(田 秀 泰) / 국립국어연구원

  얼마 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중국 북경에서 개최되었다. 민족의 장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난제들이 쉽게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번 호에서도 지난 호에 이어 북한 사전에 실리지 않은 어휘 몇 개를 소개해 보려 한다.
  ‘가로뜨다’는 ‘의중을 떠보다’의 뜻이다. “프레스톤은 동감을 표시했다. 그러자 제독은 의아쩍은 눈길로 프레스톤을 흘끔 치떠보고는 외면해 버렸다. 특사의 수족이 되어 여직껏 그 짓을 해오던 주제에 이제 와서 무슨 딴 수작이야 하고 가로떠보는 태도이다. 허지만 프레스톤 자신을 놓고 볼 때 국무장관이나 벨링켐 특사의 대조선 전략에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성벽에 비낀 불길>, 박태민, 1983, 211쪽) 등으로 쓰이는 말이다.
  ‘강성대국’은 북한이 김정일 시대의 개막을 앞두고 제시한 국가 전략 목표의 하나인데 뜻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의 모든 면에서 커다란 위력과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에 존엄을 떨치는 나라’이다 . 그들은 강성 대국 건설의 유일한 길은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을 일관되게 관철하는 데 있다고 주장한다. “뜻깊은 올해를 강성대국건설의 일대 비약의해로 빛내일데 대한 당의 의도를 높이 받들고 힘찬 진군을 다그치고 있는 전국의 공장 , 기업소들에서 2월계획을 빛나게 완수한 새 소식들을 련속 전해오고 있다.”(<로동신문>, 2002년 3월 1일 3쪽)와 같이 쓰인다. 
  ‘노래바다’는 ‘노래로 가득 찬 모습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혁명의 성산 백두산에서 민족의 찬란한 태양이 솟아올라 통일이 동터온다고 통일의 새 아침을 부르며 민족의 정서가 구수하게 넘치는 통일노래가 울린다 . 통일 돈돌나리, 통일의 광장에서 7천만 겨레가 한데 모여 노래바다, 춤바다를 펼치며 민족의 슬기와 넋을 온세상에 자랑할 그 날을 부르며 울리는 이 노래. 우리 인민이 대대로 부르며 전해오는 함경도 지방의 전통적인 민요 돈돌나리에 시대의 숙원이고 민족의 염원인 조국통일이 동터온다고 형상적으로 반영한 보천보전자악단의 가수 김정녀가 부르는 통일 돈돌나리는 통일의 열기로 우리의 마음을 한없이 달구어준다.”(<조선중앙방송>, 2001년 7월 6일 08:00)와 같이 쓰인다.  
  ‘들먹이’는 ‘가득히’의 뜻이다. “첫여름 이른 저녁녘의 쨋쨋한 석양을 받아 눈부시고 생기로운 자연풍치에 안겨있는 장안을 바라보느라니 지치고 침울하던 춘권의 가슴은 확 틔여지고 밝고 생신한 기분이 한가슴 들먹이 차오른다. 유유히 흐르는 대동강 푸른 물줄기며 강반을 굽이돈 성벽이며 련광정과 대동문루의 고색창연한 풍치며 지어 평양중영의 허름한 군영마저 그지없이 정답고 살틀하게 안겨오면서 마치 꽃밭속에 서있기라도 한 듯 감미로운 정서를 자아내게 하는것이였다. ”(<성벽에 비낀 불길>, 박태민, 1983, 178쪽)와 같은 예문에 쓰인다.
  ‘백두산 3대장군’은 북한에서 ‘김일성 , 김정숙, 김정일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과정에 이들은 대동군에 어려있는 백두산 3대장군의 위대성을 보여주는 탁상교양자료들과 365일위대성자료, 365일은덕자료 등 353종에 3만 1천 170여건의 각종 자료들을 모아 5호담당선전활동에 효과 있게 리용할수 있게 하였다. ”(<로동신문>, 2002년 7월 4일 3쪽) 등으로 쓰인다.  
  ‘한초’는 ‘짧은 순간’이다. “주창범은 불기에 지지우는것 같은 가슴을 가까스로 누르고 단숨을 내뿜으면서 기름땅에 눈구석마저 쓰려나는 얼굴을 들어 초조하게 그이를 지키고있었다. 지금은 한초가 급하다. 김정숙동지께서 어떤 지략을 펼치시며 양판우에 달구는것 같은 이 급한 고비를 무사히 넘겨주시겠는가?”(<그리운 조국산천>, 박유학, 1985, 361쪽) 등으로 쓰인다.
  3월이다. 봄이 오고 있다. 제주도 남쪽에서 올라오는 화신이 머지않아 북녘 동포에게 화사한 봄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