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방언의 정서적 의미

이 태 영(李 太 永) / 전북대학교

   ‘샘(泉)’의 의미를 알아보기 위하여 『표준국어대사전』(1999)을 펼쳐보면 다음과 같이 되어 있다.

샘 : ꃃ ① 물이 땅에서 솟아 나오는 곳. 또는 그 물. ② =샘터. ③ 힘이나 기운이 솟아나게 하는 원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단일어 ‘샘’보다는 주로 ‘샘터, 샘물, 옹달샘’과 같이 복합어로 많이 쓰이고 있는데 위의 ‘샘’의 뜻풀이는 ‘샘’이 가지는 물리적 의미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전라 방언의 ‘시암’을 쓴다면 이 ‘시암’의 의미는 필자가 생각해 본 바로는 물리적 의미를 포함화여 아래와 같은 다양한 정서적 의미를 갖는다.
시암 : ꃃ 1. 집안이나 마을 어귀에 있는 물이 솟아 나오는 곳. 2. 쌀이나 채소를 씻거나 손빨래를 하기 위해 물을 긷는 곳. 3. 아낙네들이 모여 삶의 애환을 나누는 곳. 4. 겨울에 물 길러 갔다가 물이 얼어 넘어져서 다친 곳. 5. 여름철 더위에 등멱을 하던 곳. 6. 두레박으로 물을 떠서 먹는 곳.>
   ‘시암’에 얽힌 추억에 따라서 방언형인 ‘시암’의 문화적 의미, 정서적 의미는 아주 다양할 것이다. 방언은 이처럼 다양한 정서적 의미를 갖기 때문에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표준어보다는 방언형을 쓰는 것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표준어 사전은 물론 방언사전을 편찬하면서도 이러한 정서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는 풍토에 살고 있다.
   사람들은 대체로 어려서부터 익숙해진 어휘를 사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방언의 문화적, 정서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표준어를 강조하는 이러한 환경에서 사람들은 표현에 한계를 느끼고 글쓰기와 말하기를 어렵게 생각하게 된다.
   시인이나 소설가들은 방언을 많이 사용한다. 독자들이나 비평가들은 작가들이 방언을 사용하면 작품에서 사실감을 느끼게 하고 현장을 묘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문학의 방언은 특별히 이해되는 것이고, 일반 사람들이 쓰는 방언은 그렇지 않다는 것인가?
   ‘혼불’을 쓴 작가 최명희는 ‘옴시레기’라는 부사를 쓰면서 도저히 다른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워서 ‘옴시레기’라고 썼다고 고백한다.
남원산성 그 거창헌 거이 입 안으로 옴시레기 들왔다고 허고이 <4권 20쪽>
옴시레기 도려내어 가시만 남은 가슴이 없었더라면 <15권 232쪽>
삼천리 고고샅샅 강토가 땅덩어리째 옴시레기 일본의 것이고 , <15권 262쪽>
“‘옴시레기’라는 말도 있습니다. 네, 사전에 있나요? 전라도 사투리인데요, ‘옴시레기’ 얼마나 이뻐요. 이게 ‘모조리’라는 거하고는 좀 다르잖아요? ‘모조리’는 뭔가 ‘깡그리’이런 뜻이 있지만, ‘옴시레기’, ‘아유, 옴시레기 왔구나!’ ‘모두 다, 가득’ 이런 뜻인데 얼마나 정감이 있어요? ‘옴시래기’ 그럼 귀엽잖아요. 우리 늘 쓰는 말이거든요. 그런데 사전에는 없어요.
네 그래서 좀 우리의 그 넋이 담긴, 우리의 생활이 담긴, 우리의 그리움이나 꿈이나 혹은 그 삶에 대한 해석이 담긴, 이러한 낱말들이 좀 우리 국어사전에 ‘옴시레기’들어와 가지고 좀 이렇게 한 소쿠리 가득 옥돌같이 담긴다면 시대의 강물은 거세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지만 이 국어사전의 징검다리가 우리들이, 또 우리 후손들이, 또 대대로 어디론가 자기 걸음을 가는 그런 걸음이 물에 빠지지 않고 떠내려가지 않고 그렇게 제자리로 저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게 하는 그런 소중한 어떤 그 건널목이 되지 않을까.”
   최명희의 말을 빌리긴 했지만 , 우리나라 각 지역어가 갖는 정서적 의미의 중요성을 깊이 새겨볼 만한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