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아름다운 소행

전 수 태(田 秀 泰) / 국립국어연구원

   강추위가 지나가더니 이제 날씨가 조금 풀렸다. 겨울이 가면 봄은 머지않았다고 하던가. 이제 2월에 접어들었으니 봄을 가다려 보기로 하자. 이번 호에도 1월호에 이어서 북한 사전에 없는 말을 몇 개 소개하기로 한다.
   ‘365일은덕자료’는 ‘김일성 우상화를 위해 선전원들이 사용하고 있는 김정일의 은덕 정치와 관련한 선전 자료’이다. “이 과정에서 이들은 대동군에 어려 있는 백두산 3대장군의 위대성을 보여주는 탁상교양자료들과 365일위대성자료, 365일은덕자료 등 353종에  3만1천 170여건의 각종 자료들을 모아 5호담당선전활동에 효과 있게 리용할수 있도록 하였다.”(<로동신문>2002년 7월 4일 3면) 등으로 쓰인다.
   ‘6월4일문학상’은 ‘문학통신원들을 대상으로 약간의 상금과 정식 작가로의 등용 기회를 주는 문학상. 문학통신원이란 공장, 농촌, 인민군대, 학교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면서 문학창작을 하는 신인들’을 가리킨다. “문학통신원들은 10년기간에 17,000편의 군중문학작품들을 창작발표하였다. 그속에는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우리 문학사에 기록될 《6월4일문학상》수상작품만도 24편이나 된다.” (<문학일보> 2002년 1월 19일 2면)처럼 쓰이는 말이다. 이 두 단어들은 김일성 사후 북한의 사회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강시울’은 ‘강가, 강변’의 뜻이다. “춘권이 달려나가 주낙줄 앞쪽을 잡았다. 그러나 고기가 하도 요동을 치는바람에 줄을 잡은채 강시울로 내려서려다가 그만 발을 헛디디며 줄을 놓쳐버렸다. 선생님이 물창에 뛰여드시였다.” (<성벽에 비낀 불길>, 박태민, 1983, 27쪽)와 같은 예가 있다. 이때 ‘-시울’ 은 언저리를 나타낸다. ‘눈시울, 입시울(→입술)’ 등과 같은 부류의 말이다.
   ‘김일성민족’은 ‘한반도에 사는 한민족을 김일성 우상화의 관점에서 이르는 말’이다. “위대한 령장을 높이 모신 김일성민족의 영광과 긍지가 한껏 넘쳐나는 내 나라 내 조국 땅에 경사로운 2월의 명절이 왔다. 백두광명성탄생을 소리쳐 자랑하던 력사의 그날부터 60번째의 연륜을 아로새기며 찾아온 뜻깊은 2월의 명절. 눈덮힌 백두산밀영의 . ” (<중앙방송>2002년 2월 16일 2000)처럼 쓰인다.
   ‘뒤매’는 ‘뒷모습, 뒷부분의 생김새’이다. “어쩌면 태일이 그들처럼 밝고 양양한 행복을 안고 돌아올것 같은 생각이 솔깃이 드는것이였다. 그래 해바라기처럼 웃는 얼굴로 멀어져가는 태일의 뒤매를 바래며 이윽토록 한자리에 서있었다. 용택은 성과 총국을 통하여 새로 은 뜨랄선 한척을 먼저 받기로 아퀴를 지여놓고 밤차로 늦게 돌아왔다.”(<해솟는 바다>, 손응준, 1979, 238쪽) 등의 용례가 있다. ‘뭇다’는 ‘만들다’의 뜻이며 ‘뜨랄선’ 은 ‘트롤선’(trawl 船 ; 저인망 어선)의 북한어이다. 
   ‘빼몰기’는 ‘축구에서 남의 공을 빼앗아 계속 몰고 가는 것’을 말한다. “모란봉구역청소년체육학교 소년조 축구팀의 주장인 12살난 한혁철의 경기장면들이 펼쳐질 때면 관람자들의 입에서는 찬탄의 목소리들이 저절로 튀여나오군 한다. 그는 주로 10번을 달고 중앙공격선에서 활약한다. 공다루기가 얼마나 좋은지 빼몰기를 할 때면 그의 발에 공이 묻어 다니는듯 하다.” (<평양신문) 2002년 1월 18일 4면) 등의 예가 보인다.
   형태는 같은데 우리와 뜻이 다른 말이 있다. ‘소행’이 그것이다. ‘아름다운 소행’은 ‘아름다운 행동’이다. “이들은 조국의 방선을 철벽으로 지켜가는 인민군 군인들을 위하는 일이라면 아까울것이 없다고 하면서 문학용기재들을 보내주는 등 원군사업을 힘있게 벌였다. 인민군대를 위하는 아름다운 소행은 4월8일 수산사업소 일군들과 종업원들속에서도 높이 발양되였다.” (<중앙방송> 2000년 10월 25일 07:00) 등으로 쓰이는 말이다. 
   봄이 오고 있다. 금년 봄에는 괘씸한 소행보다는 이름다운 소행들이 많이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