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으악새'는 '새(鳥)인가?

이 태 영(李 太 永) / 전북대학교

      우리가 흔히 부르는 노래의 가사에는 방언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메아리가 살게시리 나무를 심자.’는 동요에서는 ‘살게끔’의 방언형인 ‘살게시리’를 사용하였고, 어떤 대중 가요에서는 제주도 방언의 ‘말테우리’(표준어는 ‘말몰이꾼’)란 어휘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한때 유행했던 대중 가요의 가사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슬피 우니’라는 구절이 나오니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틀림없이 주어가 ‘새(鳥)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아, 으악새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억새’의 경기 방언이라고 되어 있다. ‘억새’를 찾아보니 ‘새4’와 같다고 되어 있고, 17세기 문헌인 『역어유해』에 ‘으웍새’가 나온다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으웍새, 웍새, 어윽새, 어욱새, 으악새, 억새’는 동일한 유형의 방언임이 분명하다.
어윽새 속새 (靑丘永言,97), 어욱새 속새 (松江歌辭1,23), 어웍새 (譯語下,40)
      사전에서 ‘새4’를 찾아보니 ‘볏(禾)과 식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 띠, 억새 따위가 있다.’라고 풀이되어 있다. 그렇다면 ‘새, 억새’는 풀 이름인 것을 알 수 있다.
   전북 남원에 가보면 <춘향전>에 나오는 광한루 근처에 추어탕으로 유명한 ‘새집’이라는 음식점이 있다. ‘새집’이란 말은 ‘띠집, 억새풀집’이란 뜻인데, ‘띠(茅)’로 만든 오두막집을 말한다. 한자로는 ‘茅屋(모옥)’이라고 쓴다.
遽廬(거려) 새지비라 (楞嚴經 1,107)
더브렛 겨집죵이 구스를 라 도라오나 蘿(벽라) 다가 새집 헌  깁노라 (杜詩諺解 8, 66)
      ‘茅(모)’자는 ‘새’라는 명사로 쓰이기도 했지만, ‘’(현대 국어의 >‘띠’)라는 명사로도 쓰이고 있었다. ‘새 ’와 ‘’는 유의어로 사용되었으나 ‘’는 ‘새, 곱, 쟌’ 등으로 사용되었다. 현대국어 ‘잔디’는 ‘쟌’에서 시작하였는데 ‘茅’의 우리말인 ‘’가 ‘>>>듸>디’의 변화를겪으면서 ‘잔디’가 생성된 것이다.
      21세기 세종계획의 ‘한민족언어정보화’ 분과에서 수행한 ‘남한 방언 검색 프로그램’을 보면 ‘억새’에 대한 많은 방언 용례가 나온다. 그 가운데 ‘억새’와 비슷한 발음이 나는 방언형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악 : 새 <전북>, 어벅새 <경북>, 어북새 <경남>, 어욱, 어웍 <제주>, 억새 <경남, 강원, 경북, 전남, 전북, 충북>, 억쇄 <전북>, 억쌀 <전남>, 억쌔 <충북, 경남, 경북, 전남, 전북>, 억쎄: <경남>, 억쎄 <전북>, 옥새 <전국>, 웍살 <전남>, 으악새 <경기>, 윽:새 <경기>, 윽새 <충북>
      표준어 ‘억새’에는 발음이 다른 유형을 제외하고도 이처럼 다양한 방언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표준어인 ‘억새’만을 가르치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언에서 쓰이는 이처럼 다양한 어휘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위에서 본 것처럼 방언에 나오는 어휘에는 문헌에 나오는 어휘와 같은 발음을 보이고 있다. 방언은 우리 조상들이 써온 말이기 때문에 국어의 역사를 보여주는 어휘의 보물 창고와 같은 것이다.
      ‘으악새’를 날아다니는 새로 알고 노래를 불러온 우리들의 모습에서 방언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