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 이해]

또 하나의 뜻풀이 용례

이 운 영(李 云 暎) / 국립국어연구원

   사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어떠한 단어가 어떤 뜻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정보 중에서도 표제어의 뜻풀이는 가장 중요한 정보로 인식된다. 그런데 표제어의 뜻을 쉽게 풀이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유사한 의미를 지녔으나 약간의 어감이나 미묘한 쓰임의 차이를 보이는 표제어들을 모두 분명하게 구별하면서도 쉽게 풀이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뜻풀이의 한계를 보완해 주는 것이 바로 용례이다.
   용례는 실제로 해당 표제어가 포함되어 있는 구(句)나 문장 등을 보여 주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교 때 누구나 한 번쯤은 특정 단어를 넣어서 ‘짧은 글 짓기’를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미소’라는 단어를 넣어 짧은 글을 지어 보라고 하면 ‘미소를 짓다’와 같은 구에서부터 ‘친구는 내가 농담을 하자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와 같은 다소 긴 문장까지 만들 수가 있는데, 이러한 구나 문장이 바로 ‘미소’라는 표제어의 용례라 할 수 있다.
   용례는 앞서 말했듯이 뜻풀이에서는 다 표현하기 힘든 내용을 보완해 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 표제어가 어떤 맥락에서 사용되는지도 알게 해 준다. 예를 들어서 ‘여간’은 다음과 같이 사전에 뜻풀이되어 있다.
   여간(如干)ꃌ((주로 부정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 그 상태가 보통으로 보아 넘길 만한 것임을 나타내는 말.
   위의 뜻풀이를 통해 ‘여간’의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를 안다고 해도 실제로 이 부사가 어떤 맥락에서 주로 어떤 말들과 결합하여 사용되는지는 알기 힘들다. 이러할 때 용례는 아주 요긴하게 이용될 수 있다. 다음은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제시한 ‘여간’의 용례이다.

¶여자 혼자서 아이를 키운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뜰에 핀 꽃이 여간 탐스럽지 않았다./키는 작달막하나 가슴팍이 떡 벌어진 게 여간 다부진 몸매가 아니었다.≪현기영, 변방에 우짖는 새≫
   위에 보인 것과 같은 다양한 용례는 실제로 ‘여간’이라는 단어를 어떤 때 사용해야 하는지를 쉽게 알게 해 준다.
   용례는 형태나 출처 등에 따라서 구분할 수 있는데 , 『표준국어대사전』의 ‘신문(新聞)’ 표제어에 제시된 용례를 통해 용례의 종류에 대해 살펴보겠다.
신문 한 부/신문을 구독하다/신문을 돌리다/신문을 보다/신문을 읽다/어제의 대형 사고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보도되었다./어느 날 신문에 실린 아버지의 이야기를 읽고 식당에 들른 큰아들이 그렇게 물었다.≪전상국, 달평 씨의 두 번째 죽음≫/신문 한 부를 배달하기 위해서 숲길을 걷고 산등성이를 타고 올라가야 했었다.≪최인호, 지구인≫
   위에 제시된 용례를 보면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완전한 문장이 아닌 구 형태로 제시하는 용례로, 표제어와 자주 결합하는 술어나 수식어 등을 한눈에 알아보게 해 준다. ‘신문 한 부/신문을 구독하다/신문을 보다’ 등이 이러한 용례이다. 두 번째는 ‘신문’의 뜻풀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전 편찬자가 작성한 용례이다. ‘신문’이라는 표제어의 뜻을 간결하면서도 분명하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전형적인 문장으로, 위 용례에서 ‘어제의 대형 사고에 관한 기사가 신문에 보도되었다’가 이에 속한다. 끝으로 ‘신문’이라는 단어가 쓰인 소설 등의 실제 문장을 그대로 보여 주는 용례가 잇다. 이를 통하여 실제로 ‘신문’이라는 것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데, 위에서 작가와 출전이 제시된 두 용례가 이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용례는 뜻풀이 뒤에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어서 뜻풀이를 보완하고 단어의 쓰임을 쉽게 알게 해 준다. 용례를 ‘제2의 뜻풀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