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문화어의 이해]

'달 건너 소식'

전 수 태(田 秀 泰) / 국립국어연구원

    국립국어연구원에서는 2003년 북한어 연구 사업의 결과를 『북한 사전 미등재어 조사 연구』라는 단행본으로 발간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의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라디오)등 언론 매체, 『문화어학습』, 『조선문학』, 『조선어문』 등 언어 관련 계간지, 『고난의 행군』(1976) 등 장편 소설 30여 편에서 북한의 『조선말대사전』(1992)과 우리의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리지 않은 670 단어 정도의 미등재어를 모아 뜻을 풀이하고 예문을 붙인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김일성 사후에 생겨난 말들은 우리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보고서에 포함된 단어들은 앞으로 남과 북에서 사전을 보완할 때 올림말의 후보로 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몇 차례에 걸쳐 이 단어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이번 호에는 ‘365일위대성자료’, ‘가정도구’, ‘달 건너 소식’등 낯선 말들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365일위대성자료’는 ‘당원과 근로자들에게 김정일 위원장을 우상화시키기 위해 주로 김정일 위원장의 저작이나 신문과 방송 등에 게재된 것으로서 외국인들이 그를 칭송하는 내용들을 모아 편찬한 자료’이다. 예시하면 “이 과정에 이들은 대동군에 어려있는 백두산 3대장군의 위대성을 보여주는 탁상교양자료들과 365일위대성자료 등 각종 자료들을 모아 5호담당선전활동에 효과있게 리용할수 있게 하였다(<노동신문> 2002년 7월 4일 3면)”와 같이 쓰인다
    ‘가정도구’는 ‘가재도구’의 뜻이다. “지금 우리 고향집에 전시해놓은 농쟁기나 가정도구들도 모두 할아버지가 남긴것이지 아버지가 물려준것은 아니다. 3대각오, 동지획득에 대한 사상, 두자루의 권총, 이것이 내가 아버지한테서 물려받은 유사의 전부였다” (<세기와 더불어1>,김일성, 1992, 129)처럼 쓰이는 말이다.
    ‘달 건너 소식’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식’이다. “강 건너 장군님의 부대가 압록강연안을 휩쓸고돌아가면 왜놈들을 삼대 버이듯한다는 소리를 달 건너 소식으로 듣고 기뻐서 눈물을 흘린적도 여러번 있소만 이렇게 장군님의 군사를 눈앞에 대하리라고야 어찌 생각이나 했겠소. 내가 바로 김명순이요”(<그리운 조국산천>, 박유학, 1985, 318)와 같은 예가 있다.
    ‘마세’는 ‘말썽’의 뜻이다. “《그래서 례방비장이 선사포로 부랴부랴 내려간건가?》 《그렇다더군. 그런데 그처럼 마세를 일으켜놓고도 그 물건짝들을 돌려달라구 떼질을 쓰는통에 소동이 벌어졌다지 않겠나.》 《아니 그런 뻔뻔스러운 놈들을 그냥 놓아둬? 남의 나라법을 어기고 흥정하려들다니?!》”(<성벽에 비낀 불길>, 박태민, 1983, 158) 등으로 쓰이는 말이다.
    ‘빼또칼’은 ‘주머니칼’이다. “외진데를 찾아서 두필의 말을 끌고가던 봉길은 밋밋하게 비탈진 산언저리에 이르러 맞춤한 새초밭을 찾아냈다. 마른풀을 뜯어먹게 말들을 놓아준 봉길이는 호주머니에서 칼집이 달린 빼또칼을 꺼내들고 새초를 베기 시작하였다. 말먹이 새초를 새로 마련함으로써 자기가 결코 어린애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리라는 배심이다.”(<백두산 기슭>, 4·15 문학창작단, 1978, 9)처럼 쓰인다.
    ‘총대가정’은 ‘가족 전체 또는 부자나 형제, 남매가 군에 입대, 복무하는 등 일가족 모두가 총대를 메고 나선 가정 ’이다. “이제 머지 않아 우리집의 막내딸도 초소로 떠나게 된다. 그러면 우리 가정도 총대가정으로 된다. 총대가정, 이 영예롭고 성스러운 부름 앞에 언제나 떳떳하게 살고 싶은 것이 자식들을 초소에 내세운 우리 부모들의 심정이다.”(<노동신문> 2002년 3월 1일 4면)와 같이 쓰인다.
    2004년 설이 얼마 남지 않았다. 부모님들이 객지에 나간 자식들이 잘 있다는 ‘달 건너 소식’을 기다리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