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현장에서]

텔레비전 뉴스와 상대 존대법

손범규(孫範奎) / SBS 아나운서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기본 프로그램은 '뉴스'이다. 신입 아나운서들은 입사 후 몇 달 동안 열심히 뉴스 원고만 읽는다. 출근해서 회사에서 하루 종일 읽고, 퇴근하면서 또 한 보따리의 뉴스 원고를 집으로 가져가 읽는다. 한동안은 꿈도 뉴스 형식으로 꾸고, 잠꼬대도 뉴스 원고를 읽듯이 했다는 아나운서들이 많다. 그래서 신입 아나운서가 사무실에 오면 방송사 아나운서실은 초등학교 교실과 비슷해진다. 아나운서들의 '물 흐르듯 유연한 말투'는 이런 훈련과 함께 실제 방송에서 완성된다. 물론 발음과 말투에 대한 수없이 많은 좌절과 회의가 먼저 오지만.......
    뉴스를 비롯한 모든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는 언어를 '방송 언어'라고 할 때, 방송 언어에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즉 방송 언어는 표준어라야 하고, 가능하면 쉬워야 하고, 품위가 있어야 하며, 논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송 언어는 무엇보다도 시청자 중심의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텔레비전 뉴스는 '격식체'의 '하십시오체'가 주로 사용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아래는 일반적인 텔레비전 뉴스의 문장이다.

(1) 대학 수학 능력 시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논란이 돼온 언어 영역 문제에 대해 교육 당국이 복수 정답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SBS 밤 8시 뉴스, 2003. 11. 24.)
(2) 올 겨울은 포근한 날이 많겠습니다. 또 그 때문에 눈도 많이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습니다. 조문기 기자입니다.(MBC 밤 9시 뉴스, 2003. 11. 24.)

위의 문장들은 경어법의 자질 가운데 [+친근성]보다는 [+높임성]의 의미 특성을 갖는다. 즉 표현이 직접적이고 단정적이며 객관적인 '격식체'의 사용으로 청자를 가장 높이 대우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한 방송사의 주말 텔레비전 뉴스에서는 진행자가 '하십시오체'와 '해요체'를 섞어 써서 화제가 됐다. 필자도 편안한 마음으로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문장을 살펴보자.

(3) 경기가 안 좋으면 동전도 덜 찍어 낸다네요. 동전 한 개도 아끼다 보니까 요즘 커피 자판기도 장사가 안 되고 있답니다.(2003. 11. 15.)
(4) 돈 세탁기라는 게 나왔는데요. 오해는 마세요. 말 그대로 돈을 깨끗하게 해 주는 기계입니다.(2003. 11. 15.)

문장으로 읽을 때보다 뉴스에서 직접 들을 때가 더욱 낯설게 느껴지는데 이 진행자는 '비격식체'인 '해요체'를 격식체인 '하십시오체'와 같이 사용하면서 시청자와의 심리적 거리감을 없애고 더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정한 등급의 존대 선택이 사회적 규범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권위적이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뉴스 진행자의 말투를 벗어나려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시도로 보인다. 특히 앞으로의 경어법 연구가 '규범적 용법' 연구에서 '전략적 용법' 연구로, '사회적 요인'의 기술에서 '사회적 요인들 사이의 관계' 파악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