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거시기'의 열풍

이태영(李太永) / 전북대학교

최근 지역 문화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태도가 달라지면서 지역어에 대한 관심이 몰라보게 높아졌다. 방송국의 프로그램에서 방언을 소재로 한 코미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가 하면, 최근에 나온 어느 영화는 삼국 시대 역사를 방언을 소재로 하여 재미있게 극화하여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유행 속에서 '거시기'라는 말이 너무나 많이 쓰이면서 도대체 '거시기'가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 거시기가 먼 거시기여?"
"거시기 있짢여? 거시기네 집이서 머시기헌다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전라도 지역에서는 이런 말을 참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거시기'라는 말은 전라도를 대표하는 말처럼 들린다. 도대체 '거시기'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야 이 사람아! 거시기는 귀신도 모른다네. 그릉게 거시기 거시기 히싸치 마소."

'거시기'의 어원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다. '것'에서 온 것이 아닌가 한다. 왜냐하면 '거시기'와 같이 쓰이는 '머시기'의 경우 '무엇'의 준말인 '머'를 어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애매한 의미를 가진 '것'과 '머'가 같은 변화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거시기'는 표준어로서 두 가지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대명사로서 '사람이나 사물의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않을 때, 그 이름 대신으로 쓰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감탄사로서 '하려는 말이 얼른 생각나지 않거나 얼른 말하기 거북할 때, 그 말 대신으로 쓰는 군말'의 뜻을 가지고 있다.

"너 거시기 모르니? 거 왜 안경 쓰고 키 큰 사람 말이야."
"저 거시기, 사실은 부탁이 좀 있어서 왔습니다."

사전에서 정의된 것 이외에도 전북 방언에서는 '거시기허다'가 쓰인다. 이 '거시기허다'는 동사나 형용사를 대신하는 대용언으로 쓰인다.

"긍게요. 형님은 그 땅 거시기헌다고 그리로 이사가얀다고 그케 노래를 불렀는디......."

여기서 '거시기헌다'는 '관리하다'란 타동사를 대신하고 있다. 이처럼 전북 방언의 '거시기'는 대명사, 감탄사로 쓰이고, '거시기허다'는 대용언으로 쓰이고 있다.
    '거시기'는 담화상에서 명확하지 않은 사물이나 사실을 말할 때 쓰이고, 명확하지 않은 상태나 동작을 이를 때 쓰는 말이다. 즉 어떤 명칭이나 사실이 떠오르지 않을 때, 어떤 상태나 동작을 이르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쓰는 말이다.

"있잖여? 거시기 동생 거시기, 그 거시기 이름이 머지?"

이처럼 방언 화자들이 '거시기, 머시기'를 많이 쓰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자나 화자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일 경우에 굳이 자세하게 말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쓰고 있다. 둘째 복잡하지 않은 농경 사회의 경우에 상대의 정황을 잘 알고 살기 때문에 굳이 자세하게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셋째 담화상에서 시간을 벌기 위해서 군말로 쓰거나 직접적인 언급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넷째 자세하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친밀한 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