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 이해]

사전 정보의 체계적 수록

조남호(趙南浩) / 국립국어연구원

하나의 단어는 고립되어 존재하지 않으며 다른 단어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아버지'를 예로 들면 '어머니', '할아버지', '아빠, 아범, 아비' '가친, 선친, 선대인, 춘부장' 등등 많은 단어와 관계를 맺는다. 그러므로 대사전에서는 관계가 있는 단어들을 체계적으로 수록하도록 하여야 한다. 예를 들어 '가친'만 있고 '선친'은 없다면 좋은 사전이라고 하기 어렵다. 모두 넣든지 모두 빼든지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풀이도 상호의 관계가 잘 드러나도록 기술해야 한다. '아버지, 어머니, 아비, 어미'의 사전 풀이를 예로 든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수록된 풀이인데 지면상의 이유로 일부를 줄여 인용하였다.
아버지 어머니 아비 어미
①남자인 어버이.
②자녀를 둔 남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는 말.
③자기의 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한 남자를 친근하게 이르는 말.
④기독교에서, '하나님'을 친근하게 이르는 말.
①여자인 어버이.
②자녀를 둔 여자를 자식에 대한 관계로 이르는 말.
③자기의 어머니와 나이가 비슷한 여자를 친근하게 이르는 말.
④무엇이 배태되어 생겨나게 된 근본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①'아버지①'의 낮춤말.
②'아버지②'의 낮춤말.
③결혼하여 자식을 둔 아들을 이르는 말.
④시부모가 며느리에게 남편인 아들을 이르는 말.
①'어머니①'의 낮춤말.
②'어머니②'의 낮춤말.
③결혼하여 자식을 둔 딸을 이르는 말.
④시부모가 아들에게 아내인 며느리를 이르는 말.

위의 풀이에서 '아버지'와 '어머니'가 성별의 차이만 제외하면 ①, ②, ③의 의미로 공통적으로 사용됨을 알 수 있다. ④를 통해서는 '아버지'나 '어머니'가 독자적으로 사용되는 뜻도 있음이 드러난다. '아비'와 '어미'의 풀이에서는 '아비'와 '어미'가 '아버지'와 '어머니'의 여러 뜻 중에서 ①, ②에 대해서만 낮춤말로 사용됨을 알 수 있다. '아비'와 '어미'에 '아버지'와 '어머니'에는 없는 뜻이면서도 성별의 차이만 제외하면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뜻도 있음은 ③, ④를 통해서 드러난다. 이처럼 체계적으로 항목을 선정하여 수록하고 풀이를 하면 관계를 맺은 단어들간의 의미상의 공통점, 차이점이 잘 드러나서 사전 이용자가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사전에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록하는 것은 원칙이자 이상이고 현실에서는 이 원칙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관계를 맺는 단어들이 워낙 다양하여 편찬자가 다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비슷한말, 반대말, 높임말, 준말, 하나의 상위 범주에 동등하게 포함되는 말들(예, 요일명), 자모음이 교체가 되는 말('졸졸, 줄줄' 따위) 등등을 모두 고려하여야 관계를 맺는 단어들의 목록을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모두 파악을 한다 해서 원칙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관계를 고려하다 보면 하나의 단어를 풀이하면서 함께 고려해야 할 단어가 수백 개, 수천 개가 될 수도 있다. 수백, 수천의 단어를 늘어놓고 풀이를 체계적으로 맞추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