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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만들기(3)-완결성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문단의 '완결성'이란 주제나 중심 사상을 담은 주제문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뒷받침 문장이 모여서 문단이 비로소 완전해짐을 이른다. 주제문이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진술의 형식을 취하는 데에 대하여 뒷받침 문장은 주제문의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이유 제시, 예증, 상세화, 인용, 경험 소개 등을 내용으로 담는다.
    다음의 예를 보자.

① 한 해를 마무리하는 달인 12월에 불교계의 산 증인이시며 묵향 속에서 일생을 살아 온 석주 스님 과 불교의 장엄미과 오묘함을 단청으로 표현해 오신 만봉 스님이 한자리에서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② 석주 스님은 한국 불교의 자랑이며, 우리 불자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는 분으로 스님의 서예 작품 한 글자 한 글자마다에는 청정한 수행자의 모습이 배어 있습니다.
③ 만봉 스님 역시 우리나라 최초의 단청 부문 기능 보유자로서 아흔을 넘긴 연세에도 그림에 대한 진지한 열정으로 장엄한 불보살의 세계를 화폭에 담아내고 계십니다.
④ 이러한 두 분을 모시고 합동 전시회가 개최된다는 것은 우리들이 간직하고 있는 마음의 불성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키는 하나의 큰 문화 불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⑤ 끝으로 이번 '석주·만봉 큰스님 합동 전시회'가 불교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하길 바라며, 불교 의 심오한 진리를 글씨와 그림으로 중생들이 조금이나마 가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회를 개최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위의 연설문은 한 문장으로 한 문단을 구성하는 방식이 바람직하지 못하다. 중심 문장에는 반드시 뒷받침 문장이 따라야 하는데 이것이 빠진 것이다. 위 글은 최소한의 내용을 담아 우선은 간결해 보일지 모르나, 주인공의 일대기에 대한 이렇다 할 구체적인 소개가 없어 자칫하면 형식적이 되고 성의가 없어 보인다는 문제도 있다. 이런 성격의 글에는 주인공의 행적을 충분히 조사하여 몇몇 특기할 만한 것을 소개함이 바람직할 것이다.
    다음의 고친 글은 주제문의 내용을 뒷받침하기 위해 근거가 되는 이유 제시, 예증 및 상세화(②, ③, ④), 인용(④) 등을 통하여 뒷받침 문장을 보강하는 한편 지나치게 비약하거나 장황하게 서술한 내용을 다듬어(①, ⑤) 본 것이다.

① 한 해의 성과를 마무리하는 12월, 불교계의 두 원로 석주(昔珠) 큰스님과 만봉(萬奉) 큰스님의 글씨와 그림을 한자리에서 전시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② 석주 스님은 조계종 총무원장과 포교원장, 중앙승가대학장, 동국역경원 이사장 등을 거쳐 현재 칠보사 조실로서 불교 진흥에 공헌해 오셨으며, 틈틈이 서예에 정진하여 그 예술성을 오늘날과 같은 높은 경지로 올려 놓으셨습니다.
③ 만봉 스님은 태고종 서울 교구 총무원장, 봉원사 주지 등을 역임하며 불교 발전에 기여하시는 한편, 단청장(丹靑匠)으로 지정되어 마곡사, 봉원사 등 유명 사찰과 남한산성, 남대문, 종로 보신각 등의 단청에 뛰어난 솜씨를 보이셨습니다.
④ 모든 예술은 형제이고 서로 비춘다고 합니다. 특히 글씨와 그림은 이 둘을 함께 일컫는 '서화(書 畵)'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주 가깝습니다. 그동안 두 분이 심혈을 기울여 이루어 내신 불화 30점, 글씨 30점, 합작 120점 등이 한자리에서 나란히 그 장엄한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두 큰스님 모두 아 흔을 넘긴 연세인데도 꾸준히 글씨와 그림에 불심을 담아 내고 계십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석주 스님 의 글씨와 만봉 스님의 그림에서 청정한 두 수행자의 소중한 체험을 읽을 수 있습니다. 두 분을 모시 고 여는 이번 합동 전시회는 우리 마음속의 불성을 아름다운 예술로 승화시키는 의미 있는 문화 불 사라고 생각합니다. 작품을 만나 보는 분들도 깊은 감동 속에서 부처님의 원융·화합 정신을 배우며 불교의 오묘한 진리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⑤ 끝으로 이번 '석주·만봉 큰스님 합동 전시회'가 불교 문화 진흥에 크게 기여하길 바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전시회를 준비한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에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