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 이해]

표제어의 풀이

조남호(趙南浩) / 국립국어연구원

사람들이 사전을 찾는 주요한 동기의 하나로 처음 보는 말의 뜻을 알고자 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사전 편찬자들도 표제어로 올린 말을 잘 풀이하기 위하여 무척 고심한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로는 사전 편찬에서 풀이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사전에서는 빠짐없이 정확하면서도 쉽고 간결하게 표제어를 풀이하여야 한다. 그렇지만 이 모든 일이 쉽지가 않다. 특히 미세한 의미 차이만 있는 단어를 구별하여 풀이하기는 정말 어렵다. 국어에서는 풀이가 어려운 대표적인 것으로 의성의태어가 뽑힌다. 하나의 예로 '절거덕' 관련 어휘를 보자. 사전에 '절거덕, 절꺼덕, 절커덕, 쩔거덕, 쩔꺼덕, 쩔커덕, 철거덕, 철꺼덕, 철커덕, 잘가닥, 잘까닥, 잘카닥, 짤가닥, 짤까닥, 짤카닥, 찰가닥, 찰까닥, 찰카닥'이 표제어로 있다. 분명히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 차이가 무엇인지 선뜻 알기가 어렵다. 그래서 의성의태어는 예전부터 편찬자들이 풀이를 하면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대표적인 예이다.
    하나의 단어에는 뜻이 하나만 있을 수도 있고 여럿이 있을 수도 있다. 편찬자는 여러 뜻이 있는 말은 모두 풀이에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사전을 찾았는데 정작 찾고자 하는 말이 없을 때 사람들은 실망을 하게 된다. 단어를 사전에 수록하지 않은 것이나 단어는 수록했으되 그 말의 여러 뜻 중에서 하나 이상을 수록하지 않은 것이나 똑같이 개선할 사항이다. 다만, 사전의 성격에 따라서는 일부러 뜻을 풀이에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전의 성격에 따라 표제어로 삼을 말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풀이의 범위도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편찬자가 사전에 오르는 표제어의 모든 뜻을 알고 풀이할 수는 없다. 이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편찬자들은 표제어들이 쓰인 예를 먼저 모으고 그 예들을 참고하면서 풀이를 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예를 일일이 카드에 기록했지만 최근에는 컴퓨터가 발달하면서 말뭉치라 하여 실제로 사람들이 쓰고 말한 것들을 모아 파일로 만들어 두고 이를 컴퓨터로 검색하여 예를 모은 다음 풀이를 하는 방법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보통의 사전이라면 글로 써서 풀이를 하게 된다. 풀이 글을 작성할 때는 되도록 쉬운 말을 골라 작성해야 한다. 마치 우리가 외국인과 대화를 나눌 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여러 말 중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말을 이용하듯이 사전에서도 선택할 만한 여러 말 중에서 쉬운 말을 골라야 하는 것이다. 외국의 사전 중에는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을 골라 개수를 제한하고 거기에 속한 단어만으로 풀이를 한 것도 있다. 자주 사용한다고 어떤 문맥에서 사용되든 항상 쉬운 말인 것은 아니고, 풀이를 하면서 단어 수 제한을 지키기도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방법은 널리 채택되지는 않지만 개수 제한에 담긴 뜻은 모든 편찬자들이 잘 알고 있다. 쉬운 말로 풀이한다고 했지만 정작 사전을 찾는 사람이 모르는 말일 수도 있기 때문에 풀이에 사용된 말은 원칙적으로 표제어로 모두 있어야 한다(이것도 사전의 성격에 따라서는 다를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사전을 찾다 보면 간혹 풀이에 있되 표제어로 없는 말이 발견되기도 한다. 편찬자가 사전에 어떤 말이 표제어로 올랐는지 낱낱이 알고 있을 수는 없어 생기는 문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