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 쓰기]

문단 만들기(2) ―긴밀성―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문단의 '긴밀성'이란 문단을 이루는 여러 문장이 긴밀한 결합력을 보이는 성질을 이른다. 한 문단은 여러 문장이 아무렇게나 모인 것이 아니라 문장들이 일관성을 유지하며 긴밀하게 모인 것이다. 긴밀성을 유지하려면 사건과 사건, 상황과 사건 등이 사실적, 논리적으로 연결되는 문단 구조여야 한다.

(1) ① "아, 무지개! 그것은 도저히 손으로 잡지 못할 것인가?"
그들은 목쉰 소리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팔을 헤적거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고 나서 두 소년의 용기는 꺾였다. 그리고 몇 번이나 이 여행을 그만둘까 생각하였다.
② 아아, 그러나 그럴 때마다 빛나고 아름다운 무지개가 마치 그들을 오라는 듯이 두 팔을 벌리는 것이었다.
③ 여기서 다시금 용기를 얻은 두 소년은 무지개를 향하여 험한 길을 갔다. (예문의 번호는 필자가 붙임. 이하 같음.)
(1)의 글은 다음의 세 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① 무지개가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아 소년들이 무지개 잡는 일을 포기할까 하고 생각함.
② 아름다운 무지개가 계속 소년들에게 손짓함.
③ 이에 다시 용기를 얻은 소년들이 무지개를 향하여 길을 떠남.

(1)의 글에서 ①②를 한데 묶고 ③을 따로 둔 것은 글의 긴밀성이라는 점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②가 있었기에 ③을 이끌어 낸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원방식(①②와 ③)을 수정한 방식(①과 ②③)이 더 적절할 것이다.

→ ① "아, 무지개! 그것은 도저히 손으로 잡지 못할 것인가?"
    그들은 목쉰 소리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팔을 헤적거리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고 나서 두 소년의 용기는 꺾였다. 그리고 몇 번이나 이 여행을 그만둘까 생각하였다.
② 아아, 그러나 그럴 때마다 빛나고 아름다운 무지개가 마치 그들을 오라는 듯이 두 팔을 벌리는 것이었다.
③ 여기서 다시금 용기를 얻은 두 소년은 무지개를 향하여 험한 길을 갔다.

(2) ① 한국 ○○○ 협의회는 1924년 9월 △△△에서「조선 □□□ 공의회」로 창립된 이후, 78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한국 교회의 중심에 서서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와 교회의 일치를 위해 힘써 왔을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인권 신장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많은 분들이 옥고를 치르는 등 온갖 고난을 감내하여 왔습니다.
② 특히 지난 80년대부터는 우리 민족의 염원인 평화 통일 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남북 교회 지도자 모임과 나눔 운동을 통해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하여 왔습니다.
③ 이 자리를 빌려 오랜 기간 동안, 이 땅에 정의와 평화가 자리 잡게 하고 사랑과 나눔을 실천해 온「한국 ○○○ 협의회」의 공헌에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

위의 글은 문단 간의 결합이 다소 성근 면을 보인다. 첫째 문단(①) "국민의 인권 신장과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많은 분들이 옥고를 치르는 등 온갖 고난을 감내하여 왔습니다."와 둘째 문단(②)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를 앞당기는 데 크게 기여하여 왔습니다." 간의 이음새가 부자연스럽다. 첫째 문단에서 말한, 많은 분들이 옥고를 치르는 등 온갖 고난을 감내한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는 내용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에 대한 뒷받침 내용이 없이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를 앞당기는 데에 기여하였다는, 다소 이질적인 내용이 뒤따라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특히'라는 말로 두 문단을 연결할 수는 없다. '특히(特-)'라는 말과 함께 여러 가지 고난을 감내한 것 중에서 특별히 기록할 만한 것을 한두 가지 소개했어야 했다.
    셋째 문단(③)은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대상을 잘 정리하지 못하였다. 복음 전파나 교회 일치에 대해서는 '격려'를, 고난을 감내한 데 대해서는 '경의'를, 한반도 평화와 민족 화해 기여에 대해서는 '감사'의 뜻을 표함이 자연스럽다.

→ '한국 ○○○ 교회 협의회'는 1924년 9월 △△△서 '조선 □□□ 공의회'라는 이름으로 첫발을 내디딘 이래 한국 교회의 중심에 서서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와 교회의 일치를 위해 힘써 왔습니다. 또한 인권을 신장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온갖 고난을 견뎌 오는 한편, 지난 1980년대부터는 우리의 염원인 평화 통일 운동에 동참하여 남북 교회 지도자 모임과 나눔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민족 화해를 앞당기는 데에 크게 이바지해 왔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78년간 복음 전파와 교회 일치 운동, 인권 신장과 민주주의 실현 운동, 평화 통일 운동으로 정의와 평화가 자리 잡도록 힘써 온 '한국 ○○○ 협의회'의 공헌에 다시 한 번 깊은 격려와 경의와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