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 어구를 동반하는 관용 표현
관용 표현은 두 개 이상의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관용 표현의 구성 요소는 고정적이지만 구성 요소가 가변적이어서 여러 단어로 교체할 수 있는 관용 표현도 있다. 특정 수식 어구를 동반해야 관용 표현을 이룰 수 있는 것들이다.
(1~3)은 각각 '~ 물을 먹다', '~ 밥을 먹다', '~ 맛을 보다'의 예이다. (1~3)의 ㄱ처럼 세 가지 표현 모두 직설적인 의미로 쓰일 수 있다. 이들이 관용 표현으로 쓰이려면 (1~3) ㄴ, ㄷ의 예처럼 반드시 구성 요소를 수식하는 말이 앞에 와야 한다. (1)의 '~ 물을 먹다'는 '~의 문화를 경험하다'의 의미이다. '물을 먹다'의 앞에 '외국', '사회', '바깥', '학교' 등이 와서 어떤 사회의 문화를 경험한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나타낸다. (2)의 '~ 밥을 먹다'는 '~에서 지내다/일하다'라는 뜻이다. '~'의 자리에는 '군대', '회사', '공장' 등이 올 수 있다. (3)의 '~ 맛을 보다'는 '~을 직접 경험하다'의 의미를 나타낸다. '맛을 보다'는 (3ㄴ~ㄷ)의 '몽둥이', '도회지'와 같이 명사의 수식을 받을 수도 있지만 '뜨거운 맛을 보다', '따끔한 맛을 보다'처럼 용언 관형형의 수식을 받기도 한다. 이때 '뜨거운 맛', '따끔한 맛'은 호된 고통이나 어려움을 뜻한다.
(4~5)는 주로 수 관형사의 수식을 받는 관용 표현의 예이다. (4), (5) 모두 ㄴ의 예처럼 수식 어구 없이 쓰일 수도 있지만 주로 (ㄷ~ㄹ)과 같이 수식 어구를 동반한다. '다리를 걸치다'는 '이익을 보려고 관계를 가지다'라는 뜻이며, '다리를 건너다'는 '말이나 물건 따위가 어떤 사람을 거쳐 다른 사람에게 전해지다'의 의미를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