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법의 이해]

겹받침의 발음

김선철(金銑哲) /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의 어휘 가운데 한자어나 외래어와는 달리 고유어에는 겹받침이 존재한다. 표준어에 존재하는 겹받침은 ᆪ',ᆬ, ㄶ, ᆰ, ᆱ, ᆲ, ᆳ, ᆴ, ᆵ, ᄚ, ᄡ' 등 모두 11종류이다. 겹받침은 '삯, 값, 삶, 통닭'처럼 명사의 끝이나, '앉-, 않-, 읽-, 읊-'처럼 용언의 어간 끝에 분포한다. 이 경우 겹받침을 어떻게 발음하는가가 방언마다 조금씩 다르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위와 같은 환경에서 겹받침을 이루는 두 자음 중 어느 하나가 떨어지는 이른바 자음군 단순화 현상이 주로 나타나는데, 어느 자음이 탈락되느냐가 방언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표준 발음법에서는 서울말의 현실을 반영하여 겹받침의 발음법을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먼저, 'ᆪ'은 앞서 언급한 환경에서 [ㄱ]으로 발음된다. 예를 들어, 명사 '넋', '몫'은 쉼 앞에서 각각 [넉], [목]이 되고, 조사 '-도' 앞에서 [넉또], [목또]가 된다.
    'ᆬ'은 [ㄴ]으로 발음한다. 예를 들어, 동사 '앉-', '얹-'는 어미 '-고'가 이어질 때 각각 [안꼬], [언꼬]가 되어 'ㅈ'이 사라진다(이 때 어미의 경음화 현상은 '(신발을)신고'[신꼬]에서처럼 비음으로 끝나는 용언 어간 다음에 일어나는 것과 같은 것이거나, 또는 'ㅈ'이 사라지기 전에 끼친 영향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ᆲ, ᆳ, ᆴ'에서는 뒷 요소를 탈락시켜서 [ㄹ]로 발음한다. 즉, '여덟'[여덜], '넓다'[널따], '핥지'[할찌]가 된다. 여기에 대한 예외 두 종류가 존재하는데 '밟-'은 자음 앞에서 [밥]으로 발음하고, '넓죽하다'와 '넓둥글다'는 각각 [넙쭈카다], [넙뚱글다]이다.
    그런데 위와 달리 'ᆰ, ᆱ, ᆵ'에서는 앞 요소를 탈락시키고 각각 'ㄹ, ㅁ, ㅍ'을 남긴다. 그 결과 '닭만'[당만](←[닥+만]), '젊지'[점찌], '읊고'[읍꼬]가 된다. 여기에 대한 예외가 한 가지 존재한다. 용언 어간 말음인 'ᆰ'은 'ㄱ'으로 시작하는 어미를 만나면 [ㄹ]로 발음되면서 어미의 'ㄱ'이 경음화된다. 그래서 '맑고'[말꼬], '묽게'[물께], '얽고'[얼꼬]가 된다.
    'ᄡ'은 쉼 앞, 또는 자음 앞에서 [ㅂ]으로 발음한다. 즉 '값'[갑], '값도'[갑또], '없다'[업:따], '없지'[업:찌]가 되는 것이다.
    겹받침 가운데 'ㅎ'을 뒷 요소로 취하는 것으로 'ᆭ, ᄚ'이 있다. 이 뒤에 'ㄱ, ㄷ, ㅈ'으로 시작하는 어미가 이어지면 'ㅎ'이 이들 자음과 결합하여 결국 [ㄴㅋ, ㄴㅌ, ㄴㅊ], [ㄹㅋ, ㄹㅌ, ㄹㅊ]으로 발음된다. 이것은 서울말뿐 아니라 거의 모든 방언에서 보이는 현상이므로 그리 낯설지 않을 것이다. 또 '-소'와 결합하는 경우에 '많소'[만쏘], '싫소'[실쏘]와 같이 'ㅎ'이 떨어지면서 '소'가 [쏘]로 소리 나는 것이 표준 발음인데 이 현상도 서울말을 비롯한 보편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방언에서는 '많은'을 [만:흔]으로 발음하는 예가 있다. 즉 충실한 이어 말하기인 셈인데, 표준어에서는 이런 경우의 'ㅎ'을 탈락시켜서 [마:는]으로 발음한다. 마찬가지로 '않은'[아는], '닳아'[다라], '싫어'[시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