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 쓰기]

문단 만들기(1) -통일성-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문단은 여러 문장이 모여 통일된 생각을 나타내는 글의 짤막한 단위를 이른다. 글은 여러 개의 문단으로 구성된다. 통일성, 일관성, 완결성을 유지하며 잘 나뉜 문단은 전체를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하고, 작은 부분을 더 묶어서 생각하게 하며, 독자에게 간간이 쉬며 생각할 틈을 주는 구실을 한다.
    문단의 '통일성'이란 한 문단 안에서 다루어지는 화제(話題, topic)가 하나여야 함을 이른다. 각 문단은 한 가지 주제를 향하여 연결되는 문장들로 되어 있고, 글 전체의 주제와 통일성을 이루어야 한다. 한 문단 속에 화제가 둘이거나 그 이상이 되면 통일성이 깨어져 한 문단으로서의 구실을 하지 못하게 되므로 화제의 단일성을 방해하는 것은 삭제해야 한다.

(1) 경칩은 24절기의 하나로, 대개 3월 초가 됩니다. 경칩이라는 말은 땅속에서 몸을 움츠리고 겨우내 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경칩은 봄이 시작되는 때와 비슷한 시기에 있기 때문에 새로운 출발의 뜻이 있기도 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경칩에 여러 가지 일을 하였습니다. 경칩에 흙을 이용하는 일을 하면 일 년 내내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벽이나 담에 흙을 바르거나 집을 새로 지었습니다. 또, 빈대를 없앨 수 있다고 생각하여 물에 재를 탄 그릇을 방의 네 귀퉁이에 놓기도 하였습니다. 보리 싹이 자란 것을 보고 그 해 농사가 풍작일지 흉작일지를 점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풍습이 많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경칩 무렵, 겨울잠에서 깨어난 개구리가 기지개를 켜고 밖으로 나옵니다. 막 잠을 깬 개구리는 아직 차가운 냇물이나 웅덩이, 또는 물이 괴어 있는 논 등에다 알을 낳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태어나게 할 준비를 서두르는 것입니다. 이것을 보고 우리는 새봄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경칩)

줄친 부분이 전체적인 통일성을 깨고 있다. 또 오늘날 잘 지키지 않은 풍습이 이것뿐이랴 하는 의구심도 든다. 정녕 이 말을 하고 싶으면 지켜지지 않은 사례들을 모아 한자리에서 말하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든가 미풍양속에 관련된다든가 하는 것들은 다시 살려 나가는 방향으로 생각해 보자는 내용을 독립된 단락으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2) 우리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간다. 우리의 이웃 중에는 이웃의 일에 관심을 가지고 이웃의 일을 도와주려고 애쓰는 친절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베푸는 친절은 우리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
친절한 사람은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다. 이웃에게 관심을 가지면 그의 처지나 어려움을 헤아리게 되고, 또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런 마음에서 친절한 말과 행동이 우러나온다. 우리가 이웃의 처지에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진다면 서로 가까운 이웃으로 지낼 수 있다.
친절한 사람은 이웃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바르지 못한 일을 하여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던 한 소년이 있었다. 어느 날, 그 소년은 건넛마을에 사는 아주머니의 따뜻한 말씀을 듣고는 용기를 얻어 열심히 노력한 끝에,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처럼, 친절한 사람의 말 한 마디는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다.
    친절한 사람이 많을수록 우리 사회는 밝아진다. 내가 먼저 이웃에게 친절을 베풀고, 이웃이 베푸는 친절에도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 서로에게 친절을 베풀 때, 우리 사회는 더 밝아질 것이다.(친절한 사람)

친절한 사람이 되기 위한 두 요건을 규정하면서 기술 방식과 전개 방식이 각각 달라 혼란스럽다. ①에서는 "친절한 사람은 이러이러한 사람이다."라고 하고, ②에서는 "친절한 사람은 이러이러한 일을 한다."라고 하여 두 진술 간에 균형을 깨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둘째 단락에만 있는 ③의 예화(例話)는 첫째 단락에는 없던 것이어서 심한 불균형을 보인다. ①에서도 적절한 예화를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