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완판본 '열여춘향슈졀가'에 나타난 전라 방언

이태영(李太永) / 전북대학교

한글로 쓴 고전 소설에는 18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중엽까지 전북 전주에서 목판(또는 토판)으로 찍어낸 '완판본(完板本)'과 서울에서 찍어낸 '경판본(京板本)', 그리고 안성에서 찍어낸 '안성판본'이 있다. 전북 전주에서는 23종의 목판본이 발견되었고, 50여 종의 이본이 발견되었다. 또한 판소리 사설이 많이 쓰였고, 필사본 고소설이 많이 쓰였다. 전북의 방언과 국어의 역사를 아주 자세하게 보여 주는 매우 중요한 국어학적 자료로 평가된다.
    판소리 사설에는 전라남도의 방언적 특징이 비교적 많이 보이는 데 비하여, 고전 소설에는 전라북도의 방언적 특징이 대부분이다. 완판본 한글 고전 소설에서 전라 방언을 많이 보여 주는 자료로는 '열여춘향슈졀가', '심청전'이 으뜸이다. '열여춘향슈졀가'는 1911년과 1916년 전북 전주시 다가동에 있는 '다가서포'와 '서게서포'에서 발견되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전라 방언을 예로 들면 다음과 같다.

(1) 구개음화 현상이 많이 보인다. 현재 전북 지방에서 쓰이는 예와 다를 바가 없다.
엉접결에(엉겹결에), 짚은(깊은), 져을(겨울), 홧짐(홧김), 졑에(곁에), 질러내니(길러내니), 찌어라(끼어라), 심(힘), 성님(형님), 셔(혀), 슝악(흉악), 샹단(향단)
(2) 전설 고모음화(치찰음화) 현상이 보인다. 현재 전북 방언에서 사용되는 '베실(벼슬), 보십(보습), 이실비(이슬비) 등의 현상과 같다.
실품(슬픔), 구실(구슬), 시물(스물), 쇠시랑(쇠스랑), 질겁다(즐겁다), 목심(목숨)
(3) 'l' 모음 역행동화(움라우트) 현상이 보인다. 현재 전북 방언에서 쓰는 '애비(아비), 앵기다(안기다), 쇡이다(속이다), 챔빗(참빗)' 등의 현상과 같다.
귀경(구경), 맥혀(막혀), 이대지(이다지), 깪이다(깎이다), 지팽이(지팡이)
(4) 원순 모음화 현상이 보인다. 현재 전북 방언에서 쓰는 '호무(호미), 나부(나비), 포리(파리), 묵다(먹다)' 등의 현상과 같다.
심운(심은), 높운(높은), 업운(업은), 나뿐(나쁜), 참우로(참으로), 짚운(깊은), 삼우며(삼으며), 거무(거미), 춤(침)
(5) 부사의 경우, 현재 전북에서 아주 많이 쓰이는 부사가 보인다.
① 고닥기(금새). 간잔조롬하게
    춘향이 이 말 듯더니 고닥기 발연변이 되며 요두졀목으 불그락푸르락 눈을 간잔조롬하게 고 <춘향 上, 37ㄴ>
② 션아션아(서나서나: 천천히)
    구추 단풍 입 진 다시 션아션아 덜어지고 벽 하날 별 진 다시 삼오삼오 시러진니 가넌지리 어듸고?<춘향 下, 26ㄴ)
③ 인자막(인자막새, 아까막새: 이제막)
    여보 도련임 인자막 하신 말삼 참말이요 농말이요<춘향 上, 38ㄱ)

한글 고전 소설에 나오는 방언 현상과 어휘에 대한 이해는 국어의 역사 연구와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