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의 이해]

이중모음(二重母音)의 발음법

김선철(金銑哲) / 국립국어연구원

지난 호의 단모음에 이어서 이번 호에서는 이중모음의 발음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이중모음이란 한 덩어리의 모음인데 첫 소리값과 나중의 소리값이 다른 경우를 뜻한다. 예를 들어 'ㅑ'는 첫 소리값이 'ㅣ'와 비슷하지만 나중의 소리값은 'ㅏ'이다. 또 'ㅝ'는 첫 소리값이 'ㅜ'와 비슷한데 나중 소리값이 'ㅓ'이다. 두 경우에서 모두 첫소리가 더 짧은데 이를 반모음(半母音) 또는 반자음(半子音)이라고 한다. 국어의 14개에 이르는 모든 이중모음은 이런 반모음이 앞에 있는데 프랑스 어 등 몇몇 외국어의 경우에는 그 반대의 예도 있다고 한다.
    먼저 'ㅣ'계 이중모음에 대해서 살펴보자. 여기에는 'ㅖ([je]), ㅒ([jε]), ㅕ:([jə:]), ㅕ([jΛ]), ㅑ([ja]), ㅠ([ju]), ㅛ([jo])' 등 일곱 개의 이중모음이 있다. 발음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단모음의 경우처럼 'ㅖ, ㅒ, ㅕ:, ㅕ'에서 후행 모음의 높이를 구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ㅖ'의 경우에 선행 자음이 있으면 소리 내기가 쉽지 않으므로 '예, 례'를 제외한 나머지 경우에 단모음인 'ㅔ'로 소리 내는 것이 허용된다('ㅒ'의 경우는 자음이 앞선 용례가 없다). 즉 '계획, 개폐, 혜택'을 [계획, 개폐, 혜택]이라고 소리 내도 좋지만 좀 더 편하게 [게획, 개페, 헤택]이라고 소리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래어에 등장하는 '셰'의 발음은 원래대로 내야 한다.
    'ㅜ'계 이중모음에는 'ㅟ([wi]), ㅞ([we]), ㅙ([wε]), ㅝ:([wə:]), ㅝ([wΛ]), ㅘ([wa])' 등 6개가 있다. 독자들은 지난 호에 언급되었던 전설 원순 고모음 'ㅟ'와 전설 원순 반고모음 'ㅚ'가 이중모음화되는 것이 허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이 두 모음은 각각 [wi, we]로 소리 낼 수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역시 'ㅞ, ㅙ'와 'ㅝ:, ㅝ'의 조음위치이다. 특히 후자에서는 발음기호에서 알 수 있듯이 'ㅝ:'의 뒷 요소인 'ㅓ:'가 단모음에서와 마찬가지로 'ㅡ'와 'ㅓ'의 중간 위치에서 조음된다. '궤:짝, 괘씸', '권:총, 권말'을 비교하면서 연습해보자.
    비록 한 가지이지만 'ㅡ'계 이중모음도 있는데 바로 'ㅢ([ɰi])'이다. 이 소리는 'ㅡ'를 짧게 발음한 다음 이어서 'ㅣ'를 발음하여 나는 것이다. 중부 방언을 제외한 다른 방언권에서는 이 소리가 거의 사라졌다. 그만큼 발음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표준어에서 이를 감안하여 경우에 따라 보다 쉽게 소리 내기도 한다. 즉 조사 '의'는 [에]로 소리 낼 수 있다(고향의 봄[고향의 봄/고향에 봄]). 또 표기상 단어의 첫 음절 이외의 'ㅢ'는 [ㅣ]로 발음할 수 있다(협의[혀븨/혀비]). 역시 표기에 있어서 자음을 첫소리로 취하는 음절의 'ㅢ'는 [ㅣ]로 발음하여야 한다(무늬[무니], 희망[히망]). 그래서 '민주주의의 의의'라는 표현을 또박또박 말할 때에는 [민주주이에 의:이]라고 발음하면 된다.
    이상을 정리하여 표준어의 이중모음이 소리 나는 대략적인 조음위치를 나타내면 다음 표와 같다.
<표준어 이중모음의 조음위치>
구분 전설(前舌) 후설(後舌)
비원순(非圓脣) 원순(圓脣) 비원순 원순
고(高) X/ㅟ/ㅢ     ㅠ/X/X
반고(半高) ㅖ/ㅞ/X   ㅕ:/ㅝ:/X ㅛ/X/X
반저(半底) ㅒ/ㅙ/X   ㅕ/ㅝ/X  
저(低)     ㅑ/ㅘ/X  

※ 전설/후설 - 혀가 이루는 정점이 앞/뒤에 있음
· 고/저 - 혀가 이루는 정점이 위/아래에 있음
·'ㅣ'계/'ㅜ'계/'ㅡ'계의 순서로 제시하였음
·X - 해당 이중모음이 존재하지 않음)

표준 발음 음성 파일(단어 60개, 문장 6개)이 있는 웹사이트 안내: http://web.uvic.ca/ling/resources/ipa/handbook.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