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의 이해]

사전에 실린 다의어

이운영(李云暎) /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사전에서 '하다'를 찾아본 적이 있는 사람은 몇 쪽에 걸쳐 실려 있는 '하다'의 뜻풀이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하다' 항목 아래에는 다시 번호가 매겨진 뜻풀이들이 수십 개 나열되어 있다. 이처럼 표제어는 하나인데 그 안에 여러 개의 의미가 들어 있는 단어를 '다의어'라고 한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러한 다의어가 55,148개 실려 있고, 하나의 다의어에는 적게는 두 가지 뜻풀이에서 많게는 39가지의 뜻풀이가 실려 있다.
    다의어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세상의 삼라만상을 세세하게 모두 표현하기에는 어휘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즉 제한된 어휘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물이나 현상 등을 표현하다 보니 하나의 단어가 여러 의미로 쓰이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하나의 형태(또는 기호)에 여러 의미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는 지난 호에 살펴본 동음이의어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왜 어떠한 의미들은 하나의 표제어 안에 뜻풀이 번호만을 달리하여 실리고, 어떠한 의미들은 아예 표제어를 달리하여 실릴까? 이에 대한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은 의미적 연관성이다. 지난 호에서 동음이의어를 다루면서도 말한 바와 같이 동음이의어는 우연히 표제어의 형태가 같기는 하지만 의미적으로는 연관성이 없는 것이다. 반면 다의어에 실린 여러 의미들은 분명히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의미적으로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 실린 다의어 '머리1'의 여러 의미와, 동음이의어 관계에 있는 '머리1', '머리2', ......, '머리7'의 의미들을 비교해 보면, 동음이의어와 다의어의 이러한 차이에 대해 분명히 알 수가 있다. 먼저 '머리1'은 모두 11가지의 뜻풀이를 지닌 다의어인데, 이 중에서 세 개의 뜻풀이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머리¹ ①사람이나 동물의 목 위의 부분. 눈, 코, 입 따위가 있는 얼굴을 포함하며 머리털이 있는 부분을 이른다. 뇌와 중추 신경 따위가 들어 있다. ¶머리를 다치다/머리에 모자를 쓰다 ②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 ¶머리가 나쁘다/머리가 좋다 ③ =머리털. ¶머리가 길다/머리를 기르다/머리를 감다

위의 세 뜻풀이를 보면 이들이 모두 인간 신체의 일부분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머리'라는 단어가 쓰이는 문장에 따라서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분리하여 각각 뜻풀이해 준 것이다. 반면 '머리2' 등의 동음이의어들의 뜻풀이를 살펴보면, 이들 사이에서 의미적 연관성을 찾기 힘들다. '머리2'는 뜻풀이가 '덩어리를 이룬 수량의 정도를 나타내는 말'로 되어 있어서 '머리1'의 의미와는 완전히 다르고 '머리3'은 '즈음'의 오표기로 뜻풀이되어 있다. '머리4', '머리5'는 외국의 인명이며 '머리6'은 '인정머리' 등에 쓰이는 접미사이다. 끝으로 등재된 '머리7'은 '멀리'의 옛말이다. 이처럼 일곱 항목의 '머리'는 의미적으로 어떠한 연관성도 없이 단순히 형태만 같은 표제어들이기 때문에 동음이의어로 등재되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