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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진술 방식(4)
-서사(敍事)를 중심으로-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서사(敍事)'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는다는 뜻이다.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 사건이나 행동의 전개에 따르는 행위에 초점을 두어 글의 세부 내용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일정한 시간 내에서 무슨 일이 언제 일어나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를, 마치 카메라가 현장을 쫓아가며 촬영하듯 진술하는 것이다. 소설, 전설, 설화, 우화(寓話), 고사(故事), 신문 기사, 기행문, 일기, 수기(手記), 회고록, 자서전 등이 이 방식에 따를 수 있다. 다음의 (1)은 소설, (2)는 우화, (3)은 신문 기사의 예다.

(1) (전략)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집이라 해도 물론 셋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 떨어진 행랑방 한 칸을 빌려 든 것인데 물을 길어 대고 한 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김 첨지가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쿨룩거리는 기침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뜨리는―을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 하는 그윽한 소리,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가 날 뿐이다. (후략) (현진건, 운수 좋은 날, 개벽 48, 1924. 6.)
(2) 어떤 연못에 개구리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자기네들을 다스려 줄 임금을 원했다. 그래서 하느님에게 임금을 보내 달라고 간청하여, 하느님은 통나무를 내려 주었다. 통나무와 함께 며칠 지내다 보니 아무래도 통나무가 임금 같지 아니하였다.
    이에 새로운 임금을 보내 달라고 하여, 하느님이 이번에는 황새 한 마리를 보내 주었다. 개구리들은 기뻐하며 새 임금의 눈에 띄려고 서로 앞을 다투며 나아갔다. 그러자 황새는 개구리들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기 시작하였다. 개구리들이 놀라 도망을 치려 했으나 황새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얼마 안 되어 그 연못에 개구리는 한 마리도 남지 않게 되었다.(이동재, 동화 한 편의 소개, 국어문체론 1994, 461면)
(3) 경기도는 농산물 직판장을 추가로 건설하고, 인터넷을 통한 상품 판매를 늘리는 등 농산물 직거래 규모를 대폭 확대키로 했다.
    도(道)는 13일 "도로변 농산물 직판장을 500곳 정도 추가로 만들고, 경기 사이버 장터의 판매 품목을 확대해 도내 농산물 직거래 규모를 1조 4000억 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후략)(이성훈, [경기] 농산물 직판장 500곳 추가 건설, 道, 농산물 직거래 늘리기로, 조선일보 8월 14일 17면)

(1)은 1920년대 일제 강점기에 서울 하층민을 대표하는 인력거꾼 김 첨지의 비참한 삶을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에서 사실적으로 보인 단편소설의 절정 부분이다. 주인공이 모처럼 병든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 먹일 수 있게 될 정도로(발단) 행운은 계속되나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귀가를 서두르고(전개), 귀로에 선술집에서 친구와 어울리다가(위기) 집에 들어온 주인공이 불길한 정적 속에서(절정)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며 절규하는(결말) 인력거꾼의 '운수 좋은' 하루가 역설적이게도 비극적 결말로 연결되는 구성을 보인다. 예문 (1)은 절정 단계에 속한다.
    (2)는 사건 발생순으로 전개된다. 즉"①개구리들이 통치자를 보내 줄 것을 하느님에게 간청함.→②하느님이 통나무를 보냄.→③개구리들이 새 통치자로 바꿔 줄 것을 요청함.→④하느님이 황새를 보냄.→⑤개구리들이 황새를 환영하는 순간 황새에게 잡아먹힘."의 순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①이 ②의 원인이 되고, ②가 ③의 원인이 되며 ③이 ④의 원인이 된다. ④ 역시 ⑤의 원인이 되어 허망한 꿈을 좇다가 파멸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결과를 가져온다.
    (3)은 경기도가(누가) 농산물 직판장(무엇을) 증설(어떻게) 등을 통해 농산물 직거래 규모를 키운다(왜)는 기사이다. 필요한 경우 통계 자료를 제시하여 기사의 구체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보도문은 어떠한 사건이나 상황을 육하원칙에 따라 객관적으로 기술하여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글로, 표제어나 부제어, 대강의 줄거리, 본문으로 구성된다.
    '서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일어난 일을 적는 진술의 방법으로, 일어난 원인이나 과정보다는 일어난 일의 '내용'에 더 중점을 둔다. 이런 글은 '시간, 움직임, 의미'의 세 요소를 모두 포함함으로써 글의 효과를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