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현장에서]

사랑해요! 우리말

손범규(孫範奎) / SBS 아나운서

아나운서들이 나섰다. 무분별하고 왜곡된 우리말의 올바른 사용을 위해 점잖고 반듯한 모습만 보이던 아나운서들이 과감히 온 몸을 던졌다. 바른 우리말을 위해 아나운서들은 기꺼이 망가졌고(?) 이렇게 해서 나온 작품이 주말에 방송되는 '사랑해요! 우리말'이다. 드라마와는 거리가 멀었던 아나운서들이 직접 기획하고 참여하는 이 작품의 녹화 현장으로 함께 가 보자.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만 진행했던 ㅅ 아나운서의 변신은 놀랍다. 시골 할아버지에서 조직 폭력배(일명 잘생긴 조폭)로, 논개를 희롱하는 왜장(倭將)에서 대머리 중년 신사까지, 나이와 신분을 넘나드는 연기는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게 만든다. 또 이미 정규 드라마에 출연했었던 ㅇ 아나운서는 가수들이 울고 갈 정도의 노래와 춤 실력을 보여 준다. 같은 장면을 방향을 바꿔 찍는 촬영(영어로는 정확한 용어를 찾기 힘들고, 일본어에서 유래한 국적불명의 용어가 있지만 우리말 순화를 위해 좀 길게 설명했다)에서 대사가 틀려 NG, 소품이 장면과 어울리지 않아서 NG, 분장이 지워져서 NG, 너무 열연한 나머지 저속한 대사와 표정이 나와서 NG, 2분 짜리 방송을 위한 촬영은 보통 5~6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나 하나 망가져서 시청자들이 바른 우리말 사용에 관심을 갖게 된다면 아나운서로서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어디 있을까'하는 SBS아나운서들의 마음은 항상 새로운 연기의 변신을 고민하고 있다. 이제 재미와 정보를 같이 주는 방송 내용을 잠시 살펴보자.

◇ '우리 사랑하게 해 줘요'
    '자네를 뭘 믿고 우리 딸을 주나?' 딸의 결혼을 반대하는 아버지 앞에서 예비 사위는 팔굽혀펴기를 하며 '저의 튼튼한 몸뚱아리를 보시고...'를 외친다. '뭐라고? 몸뚱아리?' 결과는 당연히 탈락이고 회초리를 든 여자 친구 아버지 앞에서 예비 사위는 '몸뚱아리, 몸뚱어리' 대신에 '몸뚱이(O)'를 반복해서 외치며 팔굽혀펴기를 한다.

◇ '논개의 한'
    '논개상 손가락에 보석 반지 끼워 주는 것이 저의 바램이므니다'. 애절하게 울부짖는 왜장 앞에서 논개는 처절하게 외친다. '뭐야, 네 놈의 바램이라고, 이 놈아! 너희들이 물러가는 게 나의 간절한 바람(O)이다'.

'사랑해요! 우리말'은 어렵지 않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잘못 사용하는 우리말의 사용을 쉽게 설명하는 것이 목적이다. 단순한 정보의 전달은 오래 기억되지 않기에 아나운서들이 혼신의 힘을 다한 연기와 함께 드라마 형식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우리말에 대한 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지 않은 연예인들이 방송 진행을 맡으면서 방송 언어가 오염되기 시작했고 엄청난 방송의 영향력 때문에 우리말의 잘못된 사용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방송이 다시 바른 우리말의 전파자 역할을 회복할 수 있도록 아나운서들이 발 벗고 나선 결과물이 바로 이 작품이다. 이렇게 망가지는(?) 아나운서들의 모습, 아름답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