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법의 이해]

단모음(單母音)의 발음법

김선철(金銑哲) / 국립국어연구원

표준어를 잘 구사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의 말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젊은 사람일수록 발음이 불완전함을 알 수 있다. 특히 모음이 그렇다. 그래서 이번 호와 다음 호에는 표준어 모음의 발음법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표준어의 단모음은 음성학적으로 11개가 존재한다. 다음의 표는 표준어 단모음의 대략적인 조음 위치를 나타낸 것이다.
<표준어 단모음의 조음 위치>
구분 전설(前舌) 후설(後舌)
비원순(非圓脣) 원순(圓脣) 비원순 원순
고(高)
반고(半高) ㅓ:
반저(半底)    
저(低)      
(※ 전설/후설 - 혀가 이루는 정점이 앞/뒤에 있음,  고/저 - 혀가 이루는 정점이 위/아래에 있음)

이 모음들 중에서 모든 방언에 고루 존재하며 음가의 차이도 없는 /ㅏ, ㅗ, ㅜ, ㅣ/를 제외한 나머지를 대상으로 발음 요령을 살펴보자.
    전설 비원순 반고모음 /ㅔ/는 /ㅐ/보다 입을 덜 벌리는 소리여서 혀도 덜 내려가므로 반고모음이라 칭한다. 새끼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입을 벌려서 소리 내면 된다. 전설 비원순 반저모음 /ㅐ/는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정도로 입을 벌리므로 혀가 /ㅔ/의 경우보다 조금 더 내려간다. '개:, 냇:가, 매:주, 배꼽, 새:장, 재주' 등을 '게:, 네:모, 메주, 베틀, 세:월, 제:주'와 서로 비교하면서 발음해 보자.
    전설 원순모음 /ㅟ, ㅚ/는 원칙적으로 단모음이나 현실을 존중하여 이중모음으로 바꾸어 소리 내는 것이 허용된다. 원래의 단모음으로 소리 내기 위해서는 각각의 비원순 짝에 해당하는 /ㅣ/와 /ㅔ/를 소리 내면서 동시에 입술만 동그랗게 만들면 된다. 이중모음으로 바꾸어 소리 내려면 각각 [wi], [we]로 발음하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서울 경기 지방에서 단모음으로서의 /ㅟ, ㅚ/를 구사하는 화자가 소수이기 때문에 원래 익숙지 않은 사람이라면 굳이 이 발음을 배워서 사용할 필요는 없겠다.
    /ㅡ, ㅓ, ㅏ/는 우리의 직관으로 전설도 후설도 아닌 중설 위치에서 나는 소리로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엑스레이 실험에 따르면 /k/는 중설모음이지만 /ㅡ, ㅓ/는 전형적인 후설모음이다. /ㅡ/는 앞니를 거의 열지 않은 채로 입을 양쪽으로 벌리면서 소리 내야 한다. /ㅓ/는 손가락 두 개가 들어갈 정도로 턱을 넓게 벌려야 한다. 특히 경상도 출신이라면 /ㅡ/를 제 음가로 소리 내기 어려우므로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서울말에서는 /ㅓ/가 장음화되면 혀의 높이가 올라가는 현상이 있어서 후설 비원순모음의 목록에 빈틈이 없게 된다. 또한 혀가 보다 앞쪽으로 옮겨가기도 하므로 음성학적으로는 중설모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소리 나는 /ㅓ:/는 '없다, 전화, 헝겊, 벌〔蜂〕' 등에 쓰이며, /ㅡ/와 /ㅓ/의 중간이라고 생각되는 위치에서 소리 내면 된다. 이 소리도 /ㅔ, ㅐ/와 마찬가지로 젊은 세대가 잘 내지 못하는 것이 전국적인 현상이다. 참고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45만여 단어 가운데 6,935개 단어에 이 /ㅓ:/가 들어 있으므로 결코 무시할 만한 숫자는 아니다. 다음 호에는 이중모음의 발음법에 대해서 살펴보겠다.

표준 발음 음성 파일이 있는 웹사이트 안내: http://web.uvic.ca/ling/resources/ipa/handbook.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