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예/아니요'로 대답하시오.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연구원

국어의 판정 의문문(긍정이나 부정의 대답을 요구하는 의문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이 두 종류가 있다.

(1) (축구 대회에서) 우리 팀이 이겼어? → , 우리가 이겼어. / 아니, 우리가 졌어.
(2) 철수 지금 집에 있어요? → , 있어요. / [아니요], 집에 없어요.
※ [ ] 속은 표기가 아니라 발음을 나타냄.

판정 의문문에 대한 대답은 (1~2)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상대에 따라 '응/아니? '예/[아니요]'로 나뉜다. 그런데 [아니요]라는 말은 '아니요' 혹은 '아니오'로 두 가지 표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므로 '아니요/아니오' 둘 가운데 어떤 것으로 적어야 하는지를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국어에서 '아니'라는 형태를 가지는 말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가 있다.

(3) 아니(부사, 안) : 밥을 아니(안) 먹다 / 아니(안) 슬프다
(4) 아니(감탄사) : 밥 먹었니? → 아니, 못 먹었어. / 응, 먹었어.
식사하셨어요? → [아니요(아뇨)], 못 먹었어요. / 예, 먹었어요.
(5) 아니다(형용사) : 그는 직원이 아니야/아니오/아닙니다/아니었어 / 직원이 아닌 사람

(3)의 '아니'는 서술어를 부정하는 부사로 쓰인 것이다. 부사 '아니'는 '안'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4)의 '아니'는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쓰이는 것으로 감탄사로 분류된다. 감탄사 '아니'는 '안'으로 줄어들지 않는다. (5)의 '아니다'는 문장의 서술어로 쓰인 것으로 형용사로 분류된다. 이 역시 '안'으로 줄어들 수는 없다.
    이렇게 보면 위 (3~5)의 '아니(다)'는 형태적으로나 문법적으로나 서로 엄격하게 구별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부정의 대답으로 쓰이는 감탄사 [아니요]는 부사 '아니'와 형용사 '아니다'와는 구별되는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감탄사 [아니요]는 '아니요/아니오' 가운데 어떤 것으로 적어야 할까?
    '요'는 상대높임법 해요체에서 쓰이는 보조사로 분류된다. 그리고 '오'는 상대높임법 하오체에서 쓰이는 어미이다. 그런데 국어의 특성상 조사는 생략이 가능하지만 어미는 생략하면 문장이 성립하지 않거나 원래의 의미에서 벗어나게 된다. 좁혀서 말하면 보조사 '요'는 생략이 가능하고 어미 '오'는 생략이 불가능하다.

(6) ㄱ. 철수 밥을 먹었어. → 철수 밥 먹었어.(○)
ㄴ. 영희 감기 걸렸어. → 영희 감기 걸렸어.(○)
(7) ㄱ. 진지를 잡수십시. → 진지 잡수십시.(×)
ㄴ. 어디를 다녀오시오? → 어디 다녀오시?(×)

위 예에서 미루어 보면, 부정의 대답 [아니요]는 감탄사 '아니'에 해요체의 보조사 '요'가 결합된 '아니요'임을 알 수 있다. [아니요]를 '아니오'로 적는다면 이때의 '오'는 어미이므로 문법적으로 잘못된 구성이 된다. 활용을 할 수 없는 감탄사에 어미가 결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아니오'는 형용사 '아니다'에 하오체의 어미 '-오'가 결합한 것이므로 예문 (5)의 '그는 직원이 아니오'와 같이 쓰인다. 그러므로 "다음 문제에 '예/아니요'로 대답하시오."와 같은 문장에서는 '아니요'를 써야 한다. '아니요'는 줄어서 '아뇨'가 되기도 한다.
    한편 '아니다'에 '에요/-어요'가 붙으면 '아니에요/아니어요'가 된다. 이 말은 다시 '아녜요/아녀요'로 줄어들 수도 있다. '아니다'에 '이에요/이어요'가 붙은 '아니예요/아니여요'는 잘못이다. 왜냐하면 '이에요'의 '이-'는 소위 서술격 조사이므로 형용사 '아니다' 다음에는 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