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현장에서]

그녀들은 예뻤다

손범규(孫範奎) / SBS 아나운서

재수, 삼수는 보통이란다. 얼마 전 끝난 한국 슈퍼 모델 예선에 참가한 그녀들의 이야기이다. 경쟁률은 보통 백 대 일, 서류 전형에만 이천 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렸고 서류 심사를 통과한 이백오십 명의 지원자 가운데 최종 선발 인원은 서른여덟 명, 예선 실기 심사 하루 동안에 오 대 일이 넘는 경쟁을 치루어야 한다. 실기 심사는 모두 세 번, 그것도 열 명이 넘는 심사 위원 앞에서 생방송과 똑같이 세 대의 카메라를 통해 텔레비전 화면으로 그녀들의 모든 표정과 자세가 보여진다.
    열여섯 살에서 스물다섯 살까지의 그녀들, 키로 보자면 170cm에서 185cm까지의 그녀들은 정말 예쁘다. 키 크고 싱겁지 않은 사람 없다지만 그녀들은 똑똑하기까지 하다. 짧은 순간의 자기 소개부터 장기(요즘은 개인기라고 얘기한단다) 자랑까지 신세대들의 넘치는 끼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직업적인 습관이랄까, 사회자로서 행사 진행을 하면서도 그녀들의 말하기가 먼저 귀에 들린다. 그녀들의 자기 소개를 살펴보자.

1) 저는요, 어려서부터 너무 이쁘다(→예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걸랑요.
그리구요, 엄마가 나가보라고 했걸랑요(→했거든요). 많이 이쁘게(→예쁘게) 봐 주세요.
2) 저희 나라(→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모델이 없잖아요.
앞으로 (→제) 저희 나라(→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슈퍼 모델이 되고 싶어요.

젊은 층의 대표적인 잘못된 말투로 1)과 같은 애교형의 말투가 있다. 젊은 여성들이 애교를 부리며 얘기할 때 사용하던 것이 어느새 일반적인 사용이 된 경우인데, '~걸랑요'와 '~거등요'가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그렇지만'을 '그치마는'으로 '아홉 살 차이니까'가 '아홉 살 차이니깐'으로 말하는 경우가 있다. 또 '이쁘다'와 같은 비표준어의 사용이 많은데 이는 복잡한 발음을 편히 하려는 경향에서 온 듯하며, 존대할 자리에서 대답하거나 반문하는 말인 '네/예'를 '에'로 통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에'는 무성의해 보이고 건성으로 대답하는 듯하며 반항적으로 들린다.
    2)번의 예는 겸양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이다. 우리말은 원래 겸양어나 존대어가 잘 발달되어 있다. '저'는 '나'의 낮춤말로 '저는, 저를, 저에게'등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저'뒤에 조사 '가'가 오면 '제가'라는 특수 형태로 바뀌게 된다. 또 '저희'는 우리를 겸손하게 이르는 말이지만 나라의 표현에서는 '우리나라'가 맞다. 실생활뿐만 아니라 방송에 출연한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가장 많이 틀리는 우리말의 사용이 '저희 나라'이다. 외국인과 얘기할 때나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얘기할 때나 '저희 나라'는 '우리나라'가 되어야 한다. '우리'와 '저희'의 사용은 화자와 청자의 포함 관계에서 결정되지만 화자가 청자를 포함하든, 포함하지 않든 문법적인 문제를 떠나서 대한민국은 독립적이고 유일하며 최고의 존재인 국가이기 때문이다.
    예쁜 그녀들, 우리말 사용까지 잘 한다면 더욱 예뻐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