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전주 비빔밥과 방언

이태영(李太永) / 전북대학교

전주는 음식이 풍요로운 고장이다. 예로부터 전주의 팔미(八味)가 전해 오는데, 감, 모래무지, 열무, 청포묵, 담배, 게, 미나리, 콩나물 등이 그것이다. 음식 문화가 '겁나게'(아주) 발달한 이유는 이곳 전주가 호남 평야의 중심지였고, 농경 문화가 발달하였을 때는 모든 상인들이 이곳 전주 장터로 몰려들어 '점드락'(하루 종일) 장사를 했기 때문이었다.
    장터에서 '후딱'(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해장국밥'하고 '비빔밥'이 제격이었을 것임은 '얼릉'(쉽게) 짐작이 간다. '비빔밥'은 궁중 음식으로 양반들의 간단한 점심밥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이렇게 손님들이 '겁나게' 많이 찾는 고장이다 보니 온갖 양념이 풍성해지고, 밑반찬이 발달하고, '꼬창(고추장)'과 된장 등이 독특하게 발달하게 된 것이다. 전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비빔밥집 아줌마의 구수한 사투리를 통하여 비빔밥 요리 솜씨를 알아보기로 하자.

"우선 밥을 고실고실허게(고슬고슬하게) 히가꼬 밥으다 콩너물 쌂은 것 넣고, 찹쌀 꼬창을 넣고 찬지름(참기름)을 느서 볶아요. 꼬창은 우리 집이서 담은 걸 쓰는디, 꼬창을 쓰덜 안허고 맨드는 비빔빱도 있었지만, 지금은 꼬창을 꼭 씁니다. 찬지름도 조선꽤(깨)를 사다가 집이서 짜가꼬 쓰야 맛이 있어요"
    "비빔빱 속으는 계절에 따라 다른디, 소고기를 육회로 넣거나 볶아서 넣고요, 너물로는 표고버섯, 쑥갓너물, 고사리너물, 시금치너물, 미나리, 무수생채, 상추, 취너물, 애호박무침, 오이채, 당근채, 콩너물, 황포묵이 들어가고요, 양념으로 파, 호도, 밤채, 잣, 짐(김), 은행, 계란이 들어가고, 거그다가 접장, 찬지름, 꼬창, 깨소곰을 넣습니다."
    "밑반찬은 그때 그때 조깨씩 바뀌지마는 토란탕허고, 깻잎허고, 짓국허고, 깍때기허고, 꼬추 다진 것허고 그르고는 꼭 콩나물 국이 나오지요"

이 고장 미식가들은 토종 '조선꽤'(참깨)로 기름을 짜야만 맛을 제대로 낸다고 하여 소고기를 육회로 할 때와 비빔밥을 만들 때는 반드시 '찬지름'(참기름)을 써야 한다고 믿고 있다. 어려서부터 밥을 비벼 먹을 때는 꼭 '찬지름'하고 '깨소곰'(깨소금)을 듬뿍 넣어서 비벼먹곤 했다.
    깨소금도 참깨소금과 들깨소금이 있는데, 참깨나 들깨를 볶아서 찧은 것을 말한다. 깨소금에는 원래 '가는 소금'을 넣어야만 '깨소금'이 되는 것인데, 요즈음은 소금이 들어가지는 않은 것도 그냥 '깨소금'이라고 부른다. 깨 중에는 검은깨도 있는데 이것을 이 지방에서는 '시금자깨'(흑임자, 黑荏子)라고 부른다.
    비빔밥 속에 들어가는 '꼬창, 꼬치장'(고추장)은 가게에서 사 먹는 고추장과는 '솔찬히'(상당히) 다르다. 이 음식에 쓰는 고추장의 특징은 물엿이나 설탕을 쓰지 않고 찹쌀, 메주 가루, '엿지름'(엿기름)으로 단맛을 낸다는 점이다.
    전주 비빔밥은 배탈 방지에 효과가 있고, 육류와 산나물이 맛과 색으로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막장과 고추장, 참기름 등이 혼합하여 맛과 향을 돋워 주는 음식이다.
    여러 고장의 말과 문화를 이해하는 일은 한국 사람으로서 매우 당연한 일이다. 우리는 한국 사람이라는 동질성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애정을 가지고 다른 고장의 말과 문화를 나의 말과 문화라고 생각하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