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표현의 이해]

사람의 감정과 관련된 관용 표현(1)

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사람의 감정은 숨기려고 해도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얼굴에 있는 눈, 입 등의 모양이 감정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말에는 이런 신체의 변화에 빗대어 감정을 나타내는 관용 표현이 많다. 다음 (1~2)의 관용 표현은 입의 모양이 바뀌는 모습을 통해 기쁨과 즐거움을 나타낸다.

(1) ᄀ. 영희는 선물을 보고는 입이 찢어졌다.
ᄂ. 사윗감이 맘에 들어서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구려.
ᄃ. 옆집 아주머니는 아들이 시험에 합격해서 입이 귀밑까지 이르렀어요.
(2) ᄀ. 철수는 상품을 타게 되어서 입이 째졌어요.
ᄂ. 박 사장은 요새 장사가 잘 되어서 그런지 입이 가로 째졌어요.
ᄃ. 남편이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내는 입이 가로 터졌습니다.

(1ᄀ)의 '입이 찢어지다'는 입이 벌어질 만큼 매우 기뻐하거나 즐거워한다는 의미이다. 강조하기 위해서 (1ᄂ)처럼 '귀밑까지'라는 수식 어구를 덧붙이기도 한다. (1ᄃ)의 '입이 귀밑까지 이르다'처럼 '찢어지다'를 '이르다'로 바꾸어도 같은 뜻을 나타낸다. (2ᄀ)의 '입이 째지다' 역시 사람이 크게 기뻐하거나 즐거워하는 광경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2ᄂ)의 '입이 가로 째지다'와 같이 '가로'라는 부사를 함께 쓰거나 '째지다'를 '터지다'로 교체해도 뜻이 통한다.

(3) ᄀ. 손님들은 준비한 음식을 보고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ᄂ. 지원이는 친구만 만나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해요.
(4) ᄀ. 관광객들은 박물관의 규모를 보고 입을 딱 벌렸다.
ᄂ. 입이 벌어지게 아름다운 설악산의 단풍에 외국인들은 감탄했다.
ᄃ. 사람들이 아들 칭찬을 하자 어머니는 입이 떡 벌어지셨다.
(5) ᄀ. 손님들은 주방장의 요리 솜씨에 혀를 둘렀다.
ᄂ. 김 사장의 임기응변에 모두들 혀를 내둘렀습니다.
(6) ᄀ. 청바지만 입던 사람이 정장을 입고 나타나자 동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
ᄂ. 돌고래를 생전 처음 보고 아이는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7) ᄀ. 음식이 너무 비싸서 눈알이 나올 지경이었다.
ᄂ. 에어컨 때문에 전기세가 눈이 튀어 나오게 많이 나왔습니다.

(3~7)의 관용 표현은 모두 놀라움을 나타낸다. (3~4)는 입의 모양에 빗대어 놀라운 느낌을 표현한 예이다. (3)의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다'는 놀라움 외에 (3ᄂ)과 같이 '한번 시작한 이야기를 그치지 못하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입이 커지는 모습으로 놀라움을 표현할 때는 (4ᄀ)처럼 '입을 벌리다'라고 할 수도 있고 (4ᄂ)처럼 '입이 벌어지다'라고 할 수도 있다. '입이 벌어지다'는 (4ᄃ)의 예와 같이 매우 기뻐하고 좋아한다는 의미도 나타낸다. 강조할 때는 '딱', '떡'과 같은 부사를 함께 쓰면 효과적이다.
    (5)의 '혀를 두르다/내두르다'는 '요리 솜씨', '임기응변' 등 주로 사람의 능력에 대한 놀라움을 표현한다. (6~7)은 눈의 모양이 변하는 것에 빗대어 놀라움을 나타내는 표현이이다. 주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에 대한 놀라움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