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 발음법의 이해]

표준 발음법의 원리

김선철(金銑哲) / 국립국어연구원

"오늘은 날씨가 참 맑군요!"에서 '맑군요'를 어떻게 소리 내야 할까? [막꾸뇨], [말꾸뇨] 가운데 하나일 게다. 표준어의 발음 문제를 담당하는 어문 규범인 표준 발음법에 따르면 [말꾸뇨]만이 맞다. 위 문장에서 '맑군요'라는 올바른 표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그 표준 발음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인다. 더 나아가 표준 발음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한글 맞춤법과 표준 발음법은 모두 표준어와 관련된 것이다. 표준어도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입말과 글말을 갖추고 있다. 맞춤법은 그 중에서 글말에 관한 규정이고, 표준 발음법은 입말에 대한 것이다.
    표준어가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정해져 있으나 그런 서울말의 소리라고 해서 모두 표준 발음법에 맞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서울말의 실제 발음 중에 국어의 전통성과 합리성에 맞는 것만을 표준 발음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교양 있는 서울 사람들 중에는 '눈[眼]'과 '눈[雪]', '밤[夜]'과 '밤[栗]'을 장단을 넣어서 - 각 쌍에서 전자는 짧고 후자는 긴 소리이다 - 구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구분되는 발음과 구분되지 않는 발음 중에 어느 것이 표준 발음일까? 이 경우에는 구분되는 발음이 전통적인 것이기 때문에 표준 발음이 된다.
    '여름'의 앞에 접사 '한-'을 붙여 '한여름'이 될 때 그 발음은 [한녀름]이다. 이런 현상은 '솜이불[솜:니불], 꽃잎[꼰닙], 국민윤리[궁민뉼리]'처럼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요소의 끝이 자음이고 뒤 요소의 첫 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 [ㄴ]을 첨가하여 발음하는 규칙에 따르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 사람들 중에 '한여름[한녀름]' 대신 '[하녀름]'이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규칙에 어긋나는 비합리적 발음이어서 표준 발음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전통성과 합리성만으로 표준 발음을 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서 '맛있다'의 합리적인 발음은 [마딛따]이다. '맛없다'를 생각해 보라. 그러나 이제 [마딛따]라는 발음을 주변에서 듣기가 오히려 어렵다. 대신 [마싣따]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관용'이라고 일컬으며, 현실에서 고착된 관용은 추가로 인정하고 있다.
    짧은 분량의 표준 발음법이 표준어의 모든 경우를 포괄하고 있지는 않다. 대표적인 일부 현상들만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나오지 않은 경우의 발음을 알고자 한다면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된다.
    지구상에서 표준 발음법이 존재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표기와 발음 사이의 괴리가 아주 작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영어처럼 철자를 보고 발음을 곧바로 알 수 없는 경우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단어들의 철자를 일일이 외우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어문 생활에 있어서 대단히 축복받은 셈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인터넷 서비스 안내: http://www.korean.go.kr/search/ dictionary/dic_web.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