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내가 할게/내가 할걸

양명희(梁明姬) / 국립국어연구원

한글은 소리글자로 사람의 소리를 적기에 모자람이 없기 때문에 말만 있고 글이 없는 사람들의 말을 적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우리말을 적을 때에는 모든 글자를 소리 나는 대로 적지 않기 때문에 글을 쓰는 사람들이 괴로운 경우가 많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된소리로 소리 나는 말의 표기이다.
    언뜻 생각하면 된소리로 소리 나는 말은 표기를 모두 된소리로 하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다. 이런 생각에 따르면 우리는 아마 다음과 같이 우리말을 표기하게 될 것이다.

(1) ᄀ. 국쑤가 정말 맛있다.
ᄂ. 국어 문뻡은 정말 어렵다.
ᄃ. 갑짜기 배가 아프다.
ᄅ. 물껼이 일렁거린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발음은 '국쑤, 문뻡, 갑짜기, 물껼'이라고 하지만 쓸 때는 '국수, 문법, 갑자기, 물결'이라고 쓴다. 한글맞춤법 제5항에는 '한 단어 안에서 뚜렷한 까닭 없이 나는 된소리는 다음 음절의 첫소리를 된소리로 적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은 까닭이 있는 된소리는 된소리로 적지 않는다는 뜻으로, 'ᄀ, ᄇ' 받침 뒤의 된소리는 음운 규칙으로 설명되기 때문에 된소리로 적지 않으며(국수, 문법), 한자음의 경우는 몇 예를 제외하고는 어디서든 같은 음으로 표기한다(문법). 또 '물결'의 '결'은 '결이 좋다'에서 볼 수 있듯이 독립된 단어로 어디서나 같은 표기를 하여야 뜻을 알기 쉽기 때문에 '물껼'로 소리가 나도 '물결'로 적는다. 다음의 표기도 까닭이 있어 된소리로 표기하지 않는 예이다.

(2) ᄀ. 내가 할게.(○) / 내가 할께(×)
ᄂ. 내가 할걸.(○) / 내가 할껄(×)

많은 사람들이 '-게, -걸'의 표기를 '-께, -껄'로 쓰는 이유는 소리 때문이다. 그러나 (2ᄀ)의 'ᄅ게'는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가진 종결어미'이고, (2ᄂ)의 'ᄅ걸'은 '화자의 추측이 상대편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나 기대와는 다른 것임을 나타낼 때'나 '하지 않은 어떤 일에 대한 가벼운 뉘우침이나 아쉬움을 나타낼 때' 사용되는 종결어미이므로 된소리로 표기하지 않는다. 국어의 종결어미 중에 된소리로 표기하는 것은 '-ᄅ까, -ᄅ꼬'와 같은 의문형 어미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3) ᄀ. 먹을 냉장고 안에 많이 쌓여 있었다.
ᄂ. 동생에게 먹을 가지고 오라고 시켰다.

우리는 위의 (3)과 같은 경우는 '게'나 '걸'이 된소리로 소리가 나도 된소리로 적는 실수를 잘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게'나 '걸'이 '것'과 비슷하다는 인식을 무의식중에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가 또 기억해야 할 것은 (3)의 '게'나 '걸'은 앞의 말과 합쳐져 단어가 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의 수식하는 말과 띄어 써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