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진술 방식(3) -묘사를 중심으로 1-
'묘사'는 대상이 주는 인상이나 느낌을 그림 그리듯이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양식이다. 설명이 무엇을 '알리는' 것이라면 묘사는 대상 자체의 어떤 인상(印象)을 '그려 내는' 것이다. 묘사가 전달·설명이나 설득·주장을 목적으로 하는 비문예문보다 시, 소설, 수필, 일기, 서간, 기행문 등 문예문에 더 널리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묘사할 대상을 어떤 위치나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묘사는 고정된 관점에서 일정한 대상을 그리는 것과 관점을 이동하며 그리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또 대상의 어떤 면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사회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그리는 것, 기분이나 감정을 담아 장면의 분위기를 그리는 것, 묘사 대상에서 한 원리를 이끌어 내는 것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다음 (1)은 고정된 관점에서 일정한 대상을, (2)는 관점을 이동하며 나타나는 대상을 각각그린 예이다. (1)과 (2)를 비교해 가면서 읽어 보자.
(1)은 이몽룡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성춘향의 모습을 난간에 비켜서서 자세히 살펴보며 그린 대목이다. 춘향이의 자태를 달, 꽃, 학, 흰 눈, 별, 구슬에 비유하고, 의상을 노을과 은하수에 비유하며 춘향이가 참으로 아름답고 황홀함을 그려 내었다.
(2)은 글쓴이가 격포 앞바다의 섬 위도를 해안을 따라 자동차로 달리며 눈앞에 전개되는 모습을 그렸다. 이에 따라 시점은 계속 바뀐다. 풍요하고 아름다운 섬 위도, 풍광이 수려한 서해안고속도로, 서해, 해송(海松) 무리, 칠산 앞바다, 변산, 그리고 새만금전시관, 변산해수욕장, 고사포, 격포 등 묘사 대상은 시시때때 바뀐다.
(1)이 일정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특정한 한 대상을 그렸다면 (2)는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며 그때그때 눈앞에 다가와 펼쳐지는 모습을 그렸다. 즉 (1)이 정태적(靜態的)이라면 (2)는 동적(動的)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