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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진술 방식(3) -묘사를 중심으로 1-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묘사'는 대상이 주는 인상이나 느낌을 그림 그리듯이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양식이다. 설명이 무엇을 '알리는' 것이라면 묘사는 대상 자체의 어떤 인상(印象)을 '그려 내는' 것이다. 묘사가 전달·설명이나 설득·주장을 목적으로 하는 비문예문보다 시, 소설, 수필, 일기, 서간, 기행문 등 문예문에 더 널리 쓰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묘사할 대상을 어떤 위치나 방향에서 보느냐에 따라 묘사는 고정된 관점에서 일정한 대상을 그리는 것과 관점을 이동하며 그리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 또 대상의 어떤 면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사회적 배경을 염두에 두고 그리는 것, 기분이나 감정을 담아 장면의 분위기를 그리는 것, 묘사 대상에서 한 원리를 이끌어 내는 것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다음 (1)은 고정된 관점에서 일정한 대상을, (2)는 관점을 이동하며 나타나는 대상을 각각그린 예이다. (1)과 (2)를 비교해 가면서 읽어 보자.

(1) 하늘하늘하고 아리따워 월태화용(月態花容)이 세상에 무쌍이라. 얼굴이 예쁘고 깨끗하니 청강(淸江)에 노는 학이 설월(雪月)에 비친 것 같고, 단순호치(丹脣皓齒)를 반쯤 여니 별도 같고 옥도 같다. 연지를 품은 듯, 자하상(紫霞裳) 고운 태도 어린 안개 석양에 비친 듯, 푸른 치마 영롱하여 무늬는 은하수 물결 같다. <열녀 춘향 수절가(烈女春香守節歌)>

(2) (전략) 부안의 격포항. 서해안고속도로의 부안IC에서 빠져나와 격포항을 바라보며 달리는 30여 ㎞의 길은 여행의 설렘과 흥겨움을 가득 안겨 준다. 탁 트인 서해를 끼고 도는 해안 도로. 푸른 해송 무리와 그 너머로 펼쳐지는 칠산 앞바다의 고즈넉한 정경. 선글라스의 채색된 렌즈를 통과해 들어오는 변산의 풍광은 눈이 시리도록 정겹고 아름답다.
    계속 길을 달려 보자. 새만금전시관, 변산해수욕장, 고사포를 지나 격포로 가까워지며 가슴속에 파도처럼 일기 시작하는 감회는 막연한 여행의 설렘과 흥겨움, 바로 그것이다.(이경택, 노을이 잠든 감청빛 바다의 유혹, 문화일보 2003. 6. 19. 38. 레저)

(1)은 이몽룡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성춘향의 모습을 난간에 비켜서서 자세히 살펴보며 그린 대목이다. 춘향이의 자태를 달, 꽃, 학, 흰 눈, 별, 구슬에 비유하고, 의상을 노을과 은하수에 비유하며 춘향이가 참으로 아름답고 황홀함을 그려 내었다.
    (2)은 글쓴이가 격포 앞바다의 섬 위도를 해안을 따라 자동차로 달리며 눈앞에 전개되는 모습을 그렸다. 이에 따라 시점은 계속 바뀐다. 풍요하고 아름다운 섬 위도, 풍광이 수려한 서해안고속도로, 서해, 해송(海松) 무리, 칠산 앞바다, 변산, 그리고 새만금전시관, 변산해수욕장, 고사포, 격포 등 묘사 대상은 시시때때 바뀐다.
    (1)이 일정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특정한 한 대상을 그렸다면 (2)는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며 그때그때 눈앞에 다가와 펼쳐지는 모습을 그렸다. 즉 (1)이 정태적(靜態的)이라면 (2)는 동적(動的)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