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의 어원
함경도의 어느 농부 두 사람이 비가 올 것인가 안 올 것인가를 '소'를 걸고 '내기'를 했는데, 갑자기 억수 같이 비가 쏟아져서 그 비를 '소내기'라고 했다고 한다. 즉 '소(牛) + 내기(賭)'로 해석한 것인데, 이 민간어원설은 '소나기'의 '소'가 '소'(牛)를 뜻하는 '쇼'로 나타나는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 앞에서는 그 주장이 무력해진다. '소고기'를 '쇠고기'라고도 했으니 '소나기'를 '쇠나기'라고도 했을 것이란 추정을 할지 모르나, '소'(牛)은 원래 '쇼'였고 그 속격형은 ''이었기 때문에 '쇠나기'는 '소 + 내기'로 분석되지 않는다.
원래 오늘날의 '소나기'는 15세기부터 '쇠나기'로 쓰이었다. 그러니까 '쇠나기'가 '소나기'의 가장 오랜 형태인 셈이다.
'쇠나기'에 대응하는 한자어는 '동우(凍雨)'라고 하여, '얼어 죽을 듯한 추운 비'로 인식할 것 같지만, 한문 원문에 대한 주석인 '江東이 夏月 暴雨 呼爲凍雨ᅵ니라'이란 주석에서, 여름에 쏟아지는 폭우를 '동우(凍雨)'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어서, 이 '쇠나기'가 오늘날의 '소나기'와 같은 뜻임을 알 수 있다. 15세기부터 18세기까지의 문헌에서는 이 '쇠나기'란 형태만 보인다.
'쇠나기'는 '쇠 + 나- + -기'로 분석된다. '쇠'는 '매우, 심히'의 뜻을 가진 부사이고 '나-'는 '나다(出)'의 어간이며, '-기'는 명사형 접미사이다. 즉 '심히 내리다'란 뜻을 가지는 것이다. 이때의 '쇠'는 '소'와는 상관이 없는 단어로서 '쇠나기'가 쓰이던 당시에 '매우, 몹시, 심히'란 뜻을 가진 부사였다. 다음의 예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 '쇠나기'의 '쇠'에서 'ᅵ'가 탈락하여 '소나기'로 나타나는 것은 19세기에 들어서이다.
이것이 표기로는 '소락이' 등으로도 표기되었고, '소나기'가 움라우트가 되어 '소내기'로도 되었다.
오늘날에는 '소나기'와 함께 '소낙비'가 사용되고 있는데, 이것은 '소낙'에 '비'가 결합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나, 그 이전에 '쇠비'가 출현하는 것으로 보아 '쇠나기'가 '소나기'로 되기 이전부터 생긴 형태인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에는 '소나기'를 '쏘나기'로 발음할 때와 '쏘내기'로 발음할 때에 차이를 두는 것 같은 인상이 짙다. '쏘나기'는 내리는 비를 지칭하지만, '쏘내기'는 '쏘내기 술, 쏘내기 펀치, 쏘내기 밥, 쏘내기 매'등에서 보이는 것처럼 '갑자기 한꺼번에 세차게 하는 행동'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