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사람이 일을 하는 솜씨나 속도에 대해 이야기할 때 '손'과 관련된 관용 표현을 쓰는 경우가 많다. 다음 (1~5)의 관용 표현은 모두 일하는 솜씨에 대해 말할 때 쓰인다.
(1~3)ᄀ의 '손이 걸다, 손이 맵다, 손이 여물다'는 모두 일하는 솜씨가 좋다는 뜻이다. '손이 걸다'는 (1ᄂ)처럼 씀씀이가 후하다는 의미로도 쓰인다. 씀씀이가 후하다는 뜻의 '손이 걸다'는 '손이 크다'와 바꾸어 쓸 수 있다. '손이 맵다'는 (2ᄀ)과 같은 '일하는 것이 빈틈없고 매우 야무지다'의 뜻 외에 (2ᄂ)과 같이 손으로 슬쩍 때려도 몹시 아프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한다. '손이 맵다'는 ᄀ의 뜻으로 쓰일 때나 ᄂ의 뜻으로 쓰일 때나 '손끝이 맵다', '손때가 맵다'로 바꾸어 쓸 수 있다.
&nsp; (1~3)ᄀ의 관용 표현이 긍정적인 의미를 나타내는 반면, (4~5)ᄀ의 표현들은 부정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4ᄀ)의 '손이 거칠다'는 일을 다루는 솜씨가 꼼꼼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손이 거칠다'는 (4ᄂ)의 예처럼 '도둑질 같은 나쁜 손버릇이 있다'의 뜻으로도 쓰인다. (5ᄀ)의 '손이 서투르다'는 일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게 쓴다.
(4~5)는 일을 하는 속도와 관련된 관용 표현의 예이다. (4ᄀ~ᄃ)의 '손이 빠르다', '손이 싸다', '손이 재다'는 모두 일의 처리가 빠르다는 의미이다. (1ᄀ)의 '손이 걸다'도 일하는 솜씨가 날쌔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5)의 '손이 뜨다'는 일하는 동작이 매우 굼떠서 일을 빨리 처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