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의 이해]
'연구 원장'은 없습니다

이운영(李云暎) / 국립국어연구원

글을 읽거나 쓰다 보면, 연속된 두 단어의 앞 단어 끝 글자와 뒤 단어 첫 글자가 같은 경우를 보게 된다. 다음의 예를 보자.

(1) 연구원 원장, 경찰서 서장, 영업부 부장, 야구단 단장, 기획팀 팀장

위의 예는 어떠한 기관이나 부서, 단체 등을 언급하고 그 뒤에 해당 조직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단어를 연이어 말한 경우이다. 여기서 나타나는 것처럼 국어에서 어떠한 조직의 우두머리를 말하고 싶을 때에는 해당 조직의 맨 마지막 단어에 '장(長)'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연구원'의 우두머리를 가리키고 싶으면 '연구원'의 맨 마지막 글자인 '원'에다 '장'을 붙여서 '원장'이라고 부르면 되는 것이다. 설령 체제를 잘 모르는 조직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방식으로 표현하면 대개는 큰 무리 없이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할 때 예문 (1)에서처럼 조직의 이름을 다 말하고 다시 조직 명칭의 끝 단어에 '장'을 붙여서 말하기도 하지만, 반복해서 같은 글자를 말하거나 쓰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하나를 생략하기도 한다. 즉, '연구 원장/연구원장', '경찰 서장/경찰서장', '영업 부장/영업부장', '야구 단장/야구단장', '기획 팀장/기획팀장'과 같이 말하는 것이다. 특히 앞에 이름을 말하고 뒤에 직위를 나타내기 위해 위와 같은 표현을 붙일 때에는 거의 대부분 '김○○ 연구 원장/연구원장'이라고 하지 '김○○ 연구원 원장'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러한 표현을 말로 할 때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글로 적고자 할 때에는 바로 띄어쓰기가 문제가 된다. 실제로 글을 보면 '연구 원장'처럼 띄어 쓰는 경우와 '연구원장'처럼 붙여 쓰는 경우가 모두 나타난다. 이론적으로는 '연구원 장'도 있을 법하지만 '장'을 독립적으로 잘 쓰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구 원장'과 '연구원장' 중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답은 제목에서 암시한 대로 '연구원장'이다. 즉 우리말에 '연구 원장'은 없고 '연구원장'만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붙여 쓰는 것은 원래의 의미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이다. 위에서도 말한 대로 '연구원장'은 '연구원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그런데 이것을 '연구 원장'과 같이 띄어 쓰게 되면 이것은 '연구를 하는 원장' 정도로 해석되기 때문에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연구원'에, 우두머리를 나타내는 접미사 '-장'이 결합한 형태로 보아 '연구원장'이라고 붙여서 써야 원래의 의도를 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
    이와 유사한 경우로는 어떠한 종교를 믿는 신도를 가리키는 표현도 있다.

(2) 기독교 교도, 이슬람교 교도, 불교 교도

예문 (2)와 같은 표현들도 축약하여 쓸 때에는 '기독교도, 이슬람교도, 불교도'와 같이 붙여서 쓰는 것이 맞다.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 '연구원장'의 경우와 같다. '기독교도'를 '기독 교도'와 같이 띄어 쓰게 되면 이는 '기독을 믿는 교도'라는 뜻이 되어 '기독교를 믿는 교도', 즉 '기독교 신자'라는 원래의 뜻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도 '기독교'에 무리를 뜻하는 접미사 '-도'가 결합한 것으로 보아 '기독교도'라고 붙여 써야 '기독교 신자'라는 본 뜻을 올바로 전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