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살어? 말어?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연구원

다음 (1)과 같은 말들은 우리 주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 말들은 일상 생활에서도 쓰이지만 특히 (1ᄀ)은 노래 제목으로도 쓰이고 (1ᄂ)은 광고 문구에 쓰여 한때 유명해졌던 문장이기도 하다.

(1) ᄀ. 전화 받어.
ᄂ. 너희들이 게 맛을 알어?

노랫말이나 광고 문구는 예전에는 대체로 해요체나 합쇼체를 즐겨 사용했지만 요즘은 위와 같이 해체가 그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해체는 다른 말로 반말체라고 부를 만큼 예의를 차리지 않는 자리나 그런 관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투이다.
    해체는 주로 어미 '어/아'로 나타난다. 다소 말장난 같은 다음 예가 말이 되는 것은 어미 ?어/아'가 해체에서 서술, 의문, 명령, 청유를 모두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2) ᄀ. 서술: 나 지금 밥 먹. ᄂ. 의문: 너 지금 밥 먹?
ᄃ. 명령: 너 빨리 밥 먹. ᄅ. 청유: 우리 함께 밥 먹.

그런데, 이 '어/아'는 한글 맞춤법 제16항에 따르면 앞 어간의 끝 음절 모음이 'ᅡ, ᅩ'일 때는 '아'로 적어야 하고 그 밖의 모음일 때에는 '어'로 적도록 되어 있다.

(3) ᄀ. '아'로 적는 경우: 나아, 막아, 깎아, 안아, 닫아, 날아, 감아, 찾아 / 보아, 곯아, 돋아, 뽑아 ......
ᄂ. '어'로 적는 경우: 개어, 먹어, 꺾어, 베어, 엷어, 되어, 굳어, 쉬어, 뜯어, 희어, 신어 ......

그렇다면 위 (1)에서 보인 예들은 '받어, 알어'가 아니라 '받아, 알아'로 말하고 적어야 옳은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화자들은 '아/어'의 이러한 구별 의식이 약해져서 대체로 '어'로 말하는 경향이 보인다.

(4) 과일 깎어. / 아기를 안어. / 뚜껑 닫어. / 웬만하면 네가 참어. / 내 손 잡어. / 천정이 낮어.

위 (4)의 예들 역시 '깎아, 안아, 닫아, 참아, 잡아, 낮아'와 같이 말하고 적어야 한다. 이것은 다음 예에서 대부분 '아'가 제대로 실현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래야 하는 것이다.(*표는 잘못임을 나타냄.)

(5) ᄀ. (과일을) 깎아도/깎아서/깎아야/깎았다 / *깎어도/*깎어서/*깎어야/*깎었다
ᄂ. (뚜껑을) 닫아도/닫아서/닫아야/닫았다 / *닫어도/*닫어서/*닫어야/*닫었다
ᄃ. (손목을) 잡아도/잡아서/잡아야/잡았다 / *잡어도/*잡어서/*잡어야/*잡었다
ᄅ. (천정이) 낮아도/낮아서/낮아야/낮았다 / *낮어도/*낮어서/*낮어야/*낮었다

최근에는 '부부, 살어? 말어?'란 제목으로 책이 출판되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제목 역시 '부부, 살아? 말아?'로 적어야 옳은 것이다. 국내 유수의 출판사에서 이렇게 한글 맞춤법에 맞지 않는 표기를 제목으로 삼았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것은 출판사의 전문 편집인들조차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어/아'의 구별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어미 '-어/아'는 위 (3)의 예처럼 어간의 모음에 따라 확실하게 구별되어 쓰이는 어미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