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글 쓰기]
글의 진술 방식(2) -논증을 중심으로-

김희진(金希珍) / 국립국어연구원

'논증'은 글쓴이가 자기의 주장이나 견해를 내세워 독자를 설득할 목적의 글에 쓰이는 진술 방식이다. 논설문, 보고서, 평론, 담화문, 연설문이 이 방식에 따른 것이다. 논증에는 무엇이 사실임을 증명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남에게 어떻게 하자고 행동을 유발할 목적으로 쓰는 것이 있다. 설명의 목적이 어떤 사물이나 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하는 데에 있다면, 논증의 목적은 글쓴이의 견해에 대하여 의혹이나 반대 의견이 있는 이들을 설득하는 데에 있다. 논증은 대립되는 견해에서 오는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 목적이 있으므로 합당한 논리로써 지성적으로 설득할 만큼 이론 정립과 증명 과정에 모순이 없어야 한다.
    논증에 쓰인 주제문을 '명제(命題)'라고 한다. 명제는 판단이나 주장이 하나만 있어야 하는 단일성, 판단이나 주장이 분명해야 하는 명료성, 선입견이나 편견이 없어야 하는 공정성을 갖추어야 한다.
    논증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결론에 이르게 하려면 추론이 필요하다. 추론은 확실한 근거 위에서 이루어지는바, 근거의 확실성을 뒷받침하는 것이 논거다. 즉 남이 그 주장에 수긍하여 동의해 줄 만한 근거가 논거다.
    논거는 '사실 논거'와 '소견 논거'로 나뉜다. '사실 논거'가 역사적인 사실, 실험 결과, 통계적인 수치 등 객관적인 자료로 독자의 이성적 판단에 호소하는 논거라면, '소견 논거'는 옛 성현의 말씀이나 일반화된 윤리관처럼 사람들의 의견이나 가치관으로서, 독자의 감성적 판단에 호소하는 논거이다. 다음 (1)은 불량 식품 제조를 근절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한 소견 논거의 예다.

(1) 이처럼 종류도 다양한 불량 식품은 대체 어떻게 해야 근절할 수 있을까. 거기에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우선 원칙적인 면에서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바뀌어야 한다. 불량 식품이 자꾸 만들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남이야 어찌 되든 돈만 많이 벌면 된다는 파렴치한 생각이 그 뿌리다. 이는 우리 사회의 인명 경시 풍조 및 배금주의와 그대로 연결된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시민들의 의식 개선이 이뤄져야 불량 식품을 근절할 수 있다.

그러나 의식 개혁은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증요법도 필요하다. 불량 식품 제조 및 유통을 살인과 같은 중죄로 보고 엄단하는 방법이다. 사실 지금까지 불량 식품이 기승을 부려온 가장 큰 이유로 꼽혀온 게 '솜방망이 처벌'이다. 불량 식품 사범으로 기소된들 집행유예나 벌금 몇 푼에 풀려나는 게 대부분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시민들의 각성과 함께 법정 최고형 등 불량 식품 사범에 대한 엄벌이 절실하다. (국민일보 2003. 6. 2. [사설] 불량 식품 법정 최고형으로)

    이미 알고 있는 판단에서 새로운 판단을 이끌어 내는 일은 '추리'의 몫이다. 추리가 명제를 논거로써 증명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추리에는 개별적 사항에서 일반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귀납적 추리'(2)와 일반적인 원리에서 개별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연역적 추리'(3)가 있다. 공식화할 수 있는 것 또는 오랜 경험에서 생성된 속담이나 민간 요법은 귀납적 추리에 속하고, 삼단논법은 연역적 추리에 속한다.
(2) 가꾸지 않는 곡식 잘되는 법이 없다.(한국 속담)
(3) 새는 동물이다.(대전제)/닭은 새이다.(소전제)/따라서 닭은 동물이다.(결론)

설득할 때에는 주장할 관점을 분명히 세우고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나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