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손'을 이용해 많은 일을 한다. 하루 일과를 생각해 보자. 아침에 '손'으로 눈을 비비고 일어나, '손'으로 얼굴을 닦고, '손'으로 밥을 먹고, '손'으로 인사를 하고 출근을 한다. 직장에서도 '손'으로 업무를 보고 손님이 오면 '손'으로 악수를 해 반갑게 맞이한다. 집에서 살림을 하는 사람도 끊임없이 '손'을 쓴다. 설거지, 청소, 빨래. 어느 것 하나 '손'이 안 가는 일이 없다. 이렇게 사람의 생활에서 '손'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니 우리 언어 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관용 표현 중에 '손'과 관련된 것이 매우 많다. 이번 호에서는 '손'과 관련된 관용 표현 중에 '손을 끊다', '손을 놓다', '손을 닦다', '손을 떼다', '손을 빼다', '손을 씻다', '손을 털다' 등 '그만두다'의 뜻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아래 예문 (1~7)의 ᄀ은 관용 표현과 대응되는 직설적인 표현의 예이다.
(1~7)의 관용 표현들은 모두 '그만두다'의 뜻을 나타내지만 각각 쓰임이 조금씩 다르다. (1~2ᄂ)의 '손을 씻다'와 '손을 털다'는 '밀수', '범죄 조직'과 같이 부정적이거나 찜찜한 일을 그만둔다는 뜻이다. (1~2ᄃ)은 '도박에서 본전을 모두 잃다'의 뜻으로 스스로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어서 도박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나타낸다. '손을 끊다'와 '손을 닦다', '손을 빼다'는 (3~5ᄃ)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쓰이고 (3~5ᄂ)처럼 일반적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경우에도 쓰인다.
'손을 놓다'는 (6ᄂ)처럼 일을 아예 그만둘 때에도 쓸 수 있지만 (6ᄃ)과 같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는 경우에도 쓸 수 있다. '손을 떼다'는 (7ᄂ)의 '그만두다'라는 의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7ᄃ)처럼 '끝내다'의 의미로도 쓰인다. 어떤 일을 끝낸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연스러운 의미의 확장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