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표현의 이해]
'손'과 관련된 관용 표현(1)

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 '손'을 이용해 많은 일을 한다. 하루 일과를 생각해 보자. 아침에 '손'으로 눈을 비비고 일어나, '손'으로 얼굴을 닦고, '손'으로 밥을 먹고, '손'으로 인사를 하고 출근을 한다. 직장에서도 '손'으로 업무를 보고 손님이 오면 '손'으로 악수를 해 반갑게 맞이한다. 집에서 살림을 하는 사람도 끊임없이 '손'을 쓴다. 설거지, 청소, 빨래. 어느 것 하나 '손'이 안 가는 일이 없다. 이렇게 사람의 생활에서 '손'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니 우리 언어 생활을 풍부하게 하는 관용 표현 중에 '손'과 관련된 것이 매우 많다. 이번 호에서는 '손'과 관련된 관용 표현 중에 '손을 끊다', '손을 놓다', '손을 닦다', '손을 떼다', '손을 빼다', '손을 씻다', '손을 털다' 등 '그만두다'의 뜻을 나타내는 것에 대해 살펴보도록 한다. 아래 예문 (1~7)의 ᄀ은 관용 표현과 대응되는 직설적인 표현의 예이다.

(1) ㄱ. 밥을 먹기 전에 손을 씻고 와라.
ㄴ. 저는 밀수에서 손 씻은 지 오래 되었으니 조사해도 소용없을 겁니다.
ㄷ. 다른 동네에서 온 사람 때문에 화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서 손을 씻었다.
(2) ㄱ. 아저씨는 짐을 나른 후에 손을 탁탁 터셨다.
ㄴ. 범죄 조직에서 손을 털기는 쉽지 않다.
ㄷ. 밤새 포커를 쳤는데 손을 털고 말았다.
(3) ㄱ. 영희는 인형을 잡아당기다가 손을 끊어 놓았다.
ㄴ. 김 사장은 이제 사업에서 손을 끊었다.
ㄷ. 마약에서 손을 끊으려면 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4) ㄱ. 아기를 만지기 전에 손을 닦도록 하세요.
ㄴ. 사업에서 손을 닦고 나니 마음이 편합니다.
ㄷ. 이제 조직을 떠나 손 닦고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5) ㄱ. 악수를 하려고 장갑에서 손을 뺐습니다.
ㄴ. 사업에서 손을 빼려고 일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ㄷ. 조직에서 손을 빼려면 이번 일을 성공시켜야 한다.
(6) ㄱ. 놀이 공원과 같이 복잡한 곳에서는 아이의 손을 놓으면 안 됩니다.
ㄴ. 아버지가 사업에서 손을 놓으신 이후로 형편이 계속 안 좋습니다.
ㄷ. 며칠 손을 놓았다가 다시 일하려니 힘드네요.
(7) ㄱ. 손을 살짝 댔다가 떼기만 해도 문이 열립니다.
ㄴ. 박 사장은 건설업에서 손을 떼고 다른 사업거리를 찾는 모양이었다.
ㄷ. 이 정도 속도면 완공 날짜에 맞추어 손을 뗄 수 있겠습니다.

(1~7)의 관용 표현들은 모두 '그만두다'의 뜻을 나타내지만 각각 쓰임이 조금씩 다르다. (1~2ᄂ)의 '손을 씻다'와 '손을 털다'는 '밀수', '범죄 조직'과 같이 부정적이거나 찜찜한 일을 그만둔다는 뜻이다. (1~2ᄃ)은 '도박에서 본전을 모두 잃다'의 뜻으로 스스로 그만두는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어서 도박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나타낸다. '손을 끊다'와 '손을 닦다', '손을 빼다'는 (3~5ᄃ)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쓰이고 (3~5ᄂ)처럼 일반적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는 경우에도 쓰인다.
    '손을 놓다'는 (6ᄂ)처럼 일을 아예 그만둘 때에도 쓸 수 있지만 (6ᄃ)과 같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는 경우에도 쓸 수 있다. '손을 떼다'는 (7ᄂ)의 '그만두다'라는 의미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7ᄃ)처럼 '끝내다'의 의미로도 쓰인다. 어떤 일을 끝낸다는 것은 더 이상 그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연스러운 의미의 확장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