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맞춤법의 이해]
자장면은 붇기 전에 드세요.

정호성(鄭虎聲) / 국립국어연구원

제목이 뭔가 좀 이상한데. '붇기[붇끼]'는 생소해. 잘못 쓴 것 아닐까?
흔히는 '[뿔키]' 혹은 '[불끼]'로 말하는 것 같은데....... 아니라면 혹시 '[불기]'는 아닐까?
('[ ]' 안에 쓴 것은 표기가 아니라 발음임.)

이 글의 제목을 본 후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많을 것으로 짐작한다. '어떤 것이 물에 젖어 그 부피가 커지다'라는 의미인 이 말은 일상 언어에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이들은 모두 다 써도 되는 말일까? 아니면 이들 가운데 어느 하나만 옳은 것일까? 이들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뿔키]라는 말을 한글로 적는다면 '뿛'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뿔키]라는 말에서 어미 '-기'를 떼어낸다면 남는 것은 [뿔ᄒ]인데 이것은 '뿛'로 적을 수 있기 때문이다.([실키], [뚤키]를 '싫기', '뚫기'로 적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그 기본형은 '뿛다[뿔타]'가 될 것이나 이는 국어 사전에 없는 말이다.(※ '붏다[불타]'도 역시 사전에 없다.)
    [불끼]는 [일끼], [말끼]를 '읽기', '맑기'로 적는 것과 같이 '붉기'를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기본형으로 '붉다[赤]'를 생각할 수 있지만 색을 나타내는 이 말은 제목에 들어갈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불기]는 [갈기], [들기]를 '갈기', '들기'로 적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기'로 적을 수 있다. 그렇다면 그 기본형은 '불다'가 되는데 이 말은 국어에서 '바람이 불다, 입김을 불다, 휘파람을 불다, 피리를 불다' 등과 같이 쓰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기'는 제목에 적당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붇끼]는 현실적으로 '붇기, 붓기, 붙기'와 같이 다양한 형태로 적을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붇다'는 '물에 젖어 부피가 커지다.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의 의미이고, '붓다'는 '살가죽이나 신체의 일부가 부풀어오르다', '붙다'는 '맞닿아 떨어지지 아니하다'의 의미를 나타낸다. 그러므로 제목에는 '붇다' 어간에 명사형 어미 '-기'가 붙은 '붇기'가 들어가야 함을 알 수 있다.
    이 '붇다'는 ᄃ불규칙 용언으로 모음으로 시작하는 어미와 결합하면 '불어, 불으니, 불으면'처럼 어간 말음 'ᄃ'이 'ᄅ'로 바뀐다. 우리가 흔히 '국수가 불었다'라고 말할 때 '불었다'는 바로 '붇다'에 어미 '-었다'가 결합하면서 어간 말음 'ᄃ'이 'ᄅ'로 변한 것이다. 이와 같은 ᄃ 불규칙 용언에는 '걷다[步], 긷다, 눋다, 듣다, 묻다[問], 붇다, 싣다, 일컫다' 등이 있다.

<'붇다'의 활용>
○ 붇- + 자음 어미 : 국수가 붇기 전에 먹어라. / 자장면이 붇고 식었다. / 수제비는 그냥 두면 금세 붇습니다.
○ 붇- + 모음 어미 : 쌀이 물에 불었다. / 물에 불은 북어포 / 냉면을 그냥 두면 불으니 어서 먹어라.

한편, '붇다'는 '물에 젖어 부피가 커지다'뿐만 아니라 '분량이나 수효가 많아지다'의 의미로도 쓰인다.

○ 살림 붇는 집은 따로 있구먼. ≪한수산, 유민≫.
○ (아기는) 미워하면 웃고 죽이려면 똘똘하고 굶기면 젖이 붇고 몽오리가 서서 아팠다. ≪유주현, 대한제국≫.
○ 보부상 부대는 전주를 출발할 때는 6백여 명이었으나, 각 고을에서 늦게 올라온 사람들이 계속 붇고 있었다. ≪송기숙, 녹두장군≫.
○ 강변 줄기로부터 불어 오르는 물이 강변 일대를 덮었다. ≪오유권, 대지의 학대≫.
○ 장마 때 이 개천에 물이 불으면 으레 구경할 수 있는 그것은 이를테면 한 개의 스포츠였다. ≪박태원, 속천변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