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어쓰기의 이해]
지명의 띄어쓰기

이운영(李云暎) / 국립국어연구원

지난 호에 고유 명사 중에서 인명의 띄어쓰기에 대해 알아본 것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지명의 띄어쓰기에 대해 알아보겠다.
    인명과 마찬가지로 지명도 우리말 지명과 외래어 지명이 띄어쓰기에서 차이를 보인다. 우리말 지명의 경우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행정 구역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우리나라 행정 구역은 특정 지역 이름에 '도(道)', '시(市)', '군(郡)', '구(區)', '동(洞)' 등이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때 '도', '시', '군', '구', '동' 등은 모두 앞에 나오는 단어에 붙여 쓰는 것이 옳다. '특별시'나 '광역시'가 결합한 경우에도 마찬가지 방법으로 띄어쓰기를 한다.

(1) ㄱ. 경기, 충청남도, 안성, 울주, 강서, 방화
ㄴ.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행정 구역 외에 '산(山)', '강(江)', '봉(峰)', '해(海)', '만(灣)', '호(湖)', '산맥(山脈)' 등이 붙은 우리말 지명도 붙여 쓰는 것이 옳다.

(2) 백두, 영산, 천왕, 동, 강화, 삽교, 태백산맥

외래어 지명은 인명과 마찬가지로 원어의 띄어쓰기를 따르되 관용에 따른 띄어쓰기도 허용한다. 아래의 지명은 원어를 따르면 띄어 써야 하는 것이나 관용을 따라 붙여서 쓰고 있다.

(3) 뉴욕(New York), 노스캐롤라이나(North Carolina)

흔히 보는 외래어 지명 중에는 외래어에 한 음절, 또는 두 음절의 한자어가 결합한 것들이 많이 있다. 위에서 살펴본 '산', '강', '봉', '해', '만', '항', '호', '산맥'과 '주(州)' 등이 결합한 지명이 그러한 예이다. 우리말 지명의 경우에는 이러한 것은 모두 붙여 써야 맞는 것이나 외래어의 경우는 띄어 쓰는 것이 옳다.

(4) ㄱ. 에베레스트 , 아마존 , 게를라호프스키 , 카리브 , 기니 , 네스 , 알프스 산맥, 네브라스카
ㄴ. 대염(大鹽湖), 북극

위의 예문에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것은, 예문 (4ᄂ)의 '대염호', '북극해'는 외국의 지명이지만 '호'와 '해'를 앞 단어에 붙여 쓰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들이 비록 외국의 지명이기는 하나 표기상으로는 우리 한자음으로 읽고 있기 때문이다. 즉 띄어쓰기의 기준은 해당 지명이 우리나라 지명이냐 외국의 지명이냐가 아니라 우리말 표기로 되어 있느냐 외래어 표기로 되어 있느냐인 것이다. 이렇게 앞에 오는 말이 외래어인 경우에 띄어 쓰도록 한 것은 외래어 고유 명사 중에서 '산', '호', '해' 등으로 끝나는 단어가 있을 경우에 정확히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한 호수인 '타호(Tahoe)'는 '타호' 전체가 호수의 이름으로 현재 국어사전에는 '타호 호(Tahoe湖)'라고 등재되어 있다. 이때 만약 '호' 앞에서 띄어쓰는 규정이 없다면 그냥 '타호'라는 이름만 보게 되었을 때 이것이 '타'라는 이름에 호수를 의미하는 '호(湖)'가 결합한 것인지 '타호' 전체가 이름인지를 분간할 수 없다. 또 '아이반호'라는 외래어를 보았을 때에는 이것이 '아이반'이라는 이름의 호수라고 혼동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외래어 지명의 '호(湖)' 앞에서는 띄어 쓴다는 규정을 두게 되면 이러한 혼동은 일어나지 않는다. 정리하자면 우리말 지명은 대개 익숙한 것이기 때문에 띄어쓰지 않아도 혼동할 우려가 없기 때문에 붙여 쓰도록 한 것이고, 외래어 지명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명칭이 많기 때문에 위와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하여 띄어 쓰는 것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