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과 어휘]
사전에 없는 말

이승재(李承宰) / 국립국어연구원

인터넷이나 국어사전에서 내가 원하는 말을 찾다 보면 그 말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인터넷상에 떠돌아다니는 문서에는 어문 규정에 맞지 않는 표기가 많아서 그렇고 국어사전에는 찾고자 하는 말의 기본 형태만 들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데 기본 형태를 알아도 국어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말들이 있다.

◆ 국어사전에는 단어 형태로 굳어진 말만 들어 있어
    국어사전에는 우리말에서 단어라고 인정될 만큼 그 쓰임이 굳어져 있는 어휘들만 들어 있다. 그런데 쓰임이 굳어져 있는 단어들도 모두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설렁탕, 갈비탕, 꽃게탕, 우족탕, 도가니탕, ......'에 쓰인 '-탕'과 같이 얼마든지 단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접사가 붙어 있는 말들은 그 중에서 많이 쓰인다고 생각되는 '설렁탕, 갈비탕' 정도의 말만 국어사전에 들어 있다. 따라서 '꽃게탕, 우족탕, 도가니탕'과 같은 말들은 국어사전에서 찾기 힘들다. 더욱이 국어사전에는 사람 이름이나 장소, 기관 이름과 같은 고유명사나 특수한 전문 분야에서만 쓰이는 전문 용어는 극히 일부만 들어 있어 이들을 모두 국어사전에서 찾을 수는 없다.
    국어사전에는 기본적으로 단어만 들어 있다. 대부분의 국어사전은 단어만을 수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가해자, 교각'과 같이 어려운 한자어를 '해친 이, 다리 기둥'과 같이 쉬운 말로 바꾸었을 때 국어사전에 '해친 이'와 '다리 기둥'과 같은 말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해친 이'와 '다리 기둥'은 한 단어라고 보기가 어려운 말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어사전에서 이 말들을 찾으려면 '해치다, 이, 다리, 기둥'이라는 단어를 각각 찾아야 한다.
    국어사전은 한 나라의 말을 모아 놓은 책이지만 각종 비어, 속어 등과 같이 품위없는 말이나 약어, 유행어 등과 같이 새로 만들어지는 말들이 모두 실려 있지는 않다. 현대 사회와 같이 새로운 말들이 빠르게 생겨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말들을 모두 국어사전에 반영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리고 새로 생겨난 말이라 하더라도 얼마간 쓰이다가 곧 없어질 말들은 국어사전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또한 '노사모, 민노총, 전경련, 이라크전, 경실련' 등과 같이 여러 단어가 어울려 이루어진 말을 한 단어 형태로 짧게 줄여 쓰는 약어는 이러한 유형의 말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국어사전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4자 연대, 3당 연합, 6․15 공동 선언'과 같이 숫자가 포함된 말이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자장면 많이 먹기 시합'과 같이 여러 단어를 연결하여 하나의 개념을 만든 말과 같은 경우에는 단어 형태로 굳어진 말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국어사전에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 시사 용어나 오표기를 반영한 사전도 만들어져야
    그런데 현대인들은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현대인들이 찾고자 하는 정보의 대부분은 새로 생겨난 말 중에서 시사 용어이거나 여러 개의 단어가 연결되어 만들어진 말, 또는 여러 개의 단어가 줄어들어 만들어진 말이다. 이러한 말들은 국어사전에 없는 경우가 많다.
    국어사전은 하나의 단어 형태로 되어 있으면서 문화유산으로서의 국어라고 생각될 만한 말들을 사전에 올린다. 그래서 일상 생활에서는 많이 사용되는 말이라 하더라도 국어사전에 실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컴퓨터를 이용하여 정보 검색이나 기계 번역을 할 경우에는 일상 생활에서 사용되는 말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사전이 필요하다. 각종 약어나 유행어들은 물론 어문 규정에 맞지 않게 쓴 말까지 포함하고 있는 사전이 필요한 것이다. '써비스, 가만이, 워크샵' 등은 '서비스, 가만히, 워크숍'으로 써야 하는 말들인데 일상 생활에서는 앞에 나온 틀린 형태의 표기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일반적인 국어사전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표기를 한 단어로 반영하지 않지만 정보 검색이나 기계 번역을 위한 전자 국어 사전에는 이러한 정보가 필요하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문화유산으로서의 국어를 발전시키기 위한 사전도 필요하지만 그 사전에 없는 말이나 포함되기 힘든 말을 광범위하게 수집하여 정리한 사전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국어사전 보완 작업과 국어사전을 다른 측면에서 보완할 수 있는 각종 사전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