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언의 이해]

'버마재비'와 '사마귀'

이상규(李相揆) 경북대 교수, 동경대 객원 연구교수

우리 국어 사전에 실린 낱말 중에는 원래 서울 지역어가 아니지만 표준어로 채택된 경우가 더러 있다. '버마재비'가 그 중의 하나다. '버마재비'는 주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중심으로 한 남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방언이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부 지역에 분포되어 있는 '사마귀'라는 낱말과 함께 표준어로 채택되는 영예를 안았다.
    고사성어에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말이 있다. 당랑(螳螂)이란 사마귀를 이름이니 사마귀가 수레바퀴를 가로막는다는 뜻이다. 제 분수를 모르고 강적에게 항거하거나 덤벼드는 무모한 행동을 하는 자를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어린 시절에 들판에서 쉽게 만날 수 있었던 '버마재비'는 부동의 자세로 몇 시간이고 꼼짝하지 않은 채 긴 앞다리를 치켜들고 있었다. 머리를 180도 돌려 가며 무섭게 생긴 두 눈을 굴리고 있던 그 놈을 기억한다면 이 고사성어의 유래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놈은 사냥술이 매우 발달하여 상대방이 겁에 질려 혼절 상태에 있을 때,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달려들어 상대를 잡아먹는 음흉하기 짝이 없는 놈이다. 뿐만 아니라 교미가 끝난 후에는 수놈이 암놈에게 순순히 잡아먹히는 종족 보존의 철저함도 갖고 있다 하니 과연 수레바퀴 따위 겁내지 않을 만도 하다.
    그러나 정작 '버마재비'가 두려운 것은 어릴 때 어른들로부터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던 속설 때문이다. 생김새부터 고약하게 생긴 버마재비는, 그 놈이 오줌을 눌 때 옆에 있다가는 그 오줌이 눈에 튀어 들어가면 소경이 된다는 것이었다. 자연히 버마재비는 두려움의 상징물로 각인되어 있다. 그러나 그 두려움의 대상인 '버마재비'가 늘 그렇게 나쁜 놈만은 아니어서 손등에 돋아 오른 '사마귀'를 그 놈의 날카로운 이빨로 뜯어먹게 하면 감쪽같이 없애준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마도 손등에 돋아 오르는 '사마귀'라는 낱말과 동음 이의어의 경쟁 관계를 유지하게 됨에 따라 비록 남부 지역 방언이지만 '버마재비'가 '사마귀'라는 낱말과 함께 당당하게 표준어로 선택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버마재비'라는 낱말의 방언형은 '버무땅개비', '범이땅깨', '연까씨', '오줌싸개', '각재비', '사마귀' 등이 있다.
    '버마재비'와는 반대로 낱말의 구조적 체계가 표준어보다 합리적인데도 불구하고 방언이라는 이유로 표준어에서 밀려난 불행한 사례가 있다. 경상도 방언의 '뜨신밥'이라는 합성어가 '더운밥'이라는 표준어에 밀려났다. 온도를 나타내는 낱말에는 '물리적 온도'와 '생리적 온도'에 따라 일련의 대립 체계를 보여 준다. 곧 물리적 온도는 '차갑다(찬)>미지근하다>뜨뜻하다>뜨겁다(뜨신)', 생리적 온도는 '춥다(추운)>서늘하다>따뜻하다>덥다(더운)'의 체계를 보여 준다. 따라서 표준어의 '더운밥'의 대립어는 '쪹추운밥'이 되어야 한다. 표준어의 '더운밥'은 생리적 온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생리적 온도를 나타내는 '쪹추운밥'과 대응되어야 하므로 낱말의 체계적 구조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방언이지만 '뜨신밥'과 '찬밥'의 대응 체계를 보이는 물리적 온도를 나타내는 낱말 구성이 옳은 것이다. 우리말 가운데에는 이와 같이 방언인데도 표준어로 채택되는 영광을 지닌 낱말이 있는가 하면 당연하게 표준어로 채택되어야 할 합리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어에서 밀려나는 낱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