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표현의 이해]

구성 요소의 형태가 제약된 관용 표현

김한샘 / 국립국어연구원

이번 호에서는 구성 요소의 형태가 제약된 관용 표현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1) ᄀ. 은채는 사진틀을 집어 와락 가슴에 품었다.
ᄂ. 진수는 알을 가슴에 품은 거북이를 발견했다.
ᄃ. 봉지를 가슴에 품고 왔더니 고구마가 아직도 따뜻해요.
(2) ᄀ.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상대를 가슴에 품어서 괴롭습니다.
ᄂ. 저는 가슴에 품은 사람이 따로 있습니다.
ᄃ. 10년 넘게 한 사람만 가슴에 품었습니다.

(1)은 '가슴에 품다'가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인 예이며 (2)는 '누군가를 이성으로 좋아하다'라는 관용적인 의미로 쓰인 예이다. (1)에서는 '품었다', '품은', '품고'로, (2)에서는 '품어서', '품은', '품었습니다'로 '품다'의 형태가 자유로운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관용 표현 중에는 구성 요소가 한두 가지의 꼴로만 쓰이는 것들이 있다.

(3) ᄀ. 김 선수는 오른쪽 팔의 뼈가 빠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ᄂ. 친구 팔을 장난으로 잡아당겼는데 뼈가 빠져 버렸어.
ᄃ. 농구를 하다가 왼손 손가락의 뼈가 빠졌습니다.
(4) ᄀ. 하루 종일 뼈 빠지게 일해 봤자 얼마 못 받아요.
ᄂ. 뼈 빠지도록 일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ᄃ. 쪹영수는 추운 데에서 하루 종일 일해서 뼈 빠졌다.
ᄅ. 쪹우리 연구실에는 열심히 일해서 뼈 빠진 사람이 많습니다.

(3)의 밑줄 친 '뼈가 빠지다'는 '뼈가 힘을 받아서 제자리에서 벗어나다'라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였다. (3)의 예에서 '빠지다'가 '빠지는', '빠져', '빠졌습니다' 등의 여러 가지 꼴로 쓰일 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뼈 빠지다'가 '매우 힘들다'라는 관용적 의미로 쓰일 경우에는 (4ᄃ~ᄅ)처럼 쓰일 수 없으며 (4ᄀ~ᄂ)과 같이 주로 '빠지게', '빠지도록'의 꼴로 쓰인다. '뼈가 빠지게'가 하나의 관용 표현으로서 오랫동안 육체적 고통을 견디어 내면서 힘겨운 일을 치러 나가는 것을 표현할 때 쓰인다.

(5) ᄀ. 아기 얼굴에 코가 묻었으니 닦아 주세요.
ᄂ. 정수는 항상 소매에 코가 묻어 있었다.
ᄃ. 삶아서 빨았더니 코가 묻었던 손수건이 깨끗해졌어요.
ᄅ. 코 묻은 휴지를 아무 데나 버리면 어떻게 하니?
(6) ᄀ. 영희는 코 묻은 돈을 모아 언니 생일 선물을 샀습니다.
ᄂ. 남수는 동생의 코 묻은 돈을 뺏어서 장난감을 샀다.

(5)와 같이 '코가 묻다'가 '콧물이 다른 물체에 들러붙다'라는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쓰이면 '묻다'의 꼴도 자유롭고 함께 쓰이는 명사도 '손수건', '휴지' 등으로 다양하다. 그러나 (6)처럼 관용 표현으로 쓰이는 경우 '묻다'는 '묻은'의 꼴로만 쓰이고 '돈'과만 결합해서 '코 묻은 돈' 전체가 '어린아이가 가진 적은 돈'이라는 뜻으로 쓰인다.